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248번지에 소재한 비구니의 요람 봉녕사. 봉녕사는 비구니 승가대가 있는 절이다. 봉녕사의 용화각에는 고려시대의 석불로 보이는 석조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이 석조삼존불은 대웅보전 뒤편 언덕에서 건물을 지으려고 터를 닦던 도중에 출토되었다고 한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석조삼존불상은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을 배치하고 있다. 불상과 연화대좌는 각각 하나의 석재로 구성이 되었는데 모래가 많이 섞인 화강암으로 조성을 하였다. 삼존불 모두가 뚜렷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데 이는 오랜 시간 땅 속에 파묻혀 마모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마모가 심한 석조삼존불

 

삼존불의 중앙에 좌정하고 있는 본존불은 석조여래좌상으로 얼굴모습은 원만한 편이다. 그저 편안한 느낌을 받게 하는 본존불의 머리 부분은 파손되어 있고 눈, , 입 부분은 심하게 마모가 되어 희미하다. 법의는 왼쪽 어깨에만 걸치고 오른쪽 어깨가 노출된 우견편단으로, 법의의 주름도 상당히 도식화 되어있다.

 

오른손은 무릎에 놓고 왼손은 가슴에 대고 있는데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조각을 하였다. 석불의 밑을 받치고 있는 좌대인 연화대는 일석으로 2단으로 되어있으며 가운데가 잘록하고 아래 위가 넓게 조성하였다. 연화대 위편은 커다란 앙련을 조각하였는데 사이가 너무 벌어지게 잎이 조성되어 있어 매우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아래쪽 연화대에도 앙련이 흐릿하게 조성이 되어있으나 상당히 마모가 심하여 정확하지가 않다. 본존불은 전체적으로 비례가 맞지 않는 편이다. 얼굴은 네모나게 조성을 하였는데 양편의 귀는 어깨에 까지 늘어졌으며 목은 두꺼워 얼굴의 넓이와 목이 뚜렷하게 구별이 되지 않고 있다.

 

 

섬세한 연화문이 새겨져 있는 협시불

 

본존불의 좌우에 서 있는 협시불의 얼굴 형태는 원만한 편이나 각 부분은 마멸이 심하여 정확한 모습을 알아보기가 힘들다. 협시보살의 법의는 두 어깨를 모두 가린 통견으로 조성을 하였는데 조각 등은 섬세하지 못하다. 왼손은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무릎 밑으로 내리고 있으며 원추형의 대좌에는 연화문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삼존불이 모두 평평한 느낌을 주는 영감 없는 조각 기법이나 각 부분의 형식과 표현 수법이 도식화 되어 있다는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존불 모두 전체적으로 표현기법 등이 동일해 한 사람의 장인에 의해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삼존불 모두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는 어려운데 봉녕사에서도 대적광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불자들이 찾아드는 곳이 바로 용화각이다.

 

용화각 안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린다.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다. 늘 새해가 되면 절 몇 곳을 빠트리지 않고 돌아보는 나이지만 그 중에서도 봉녕사는 반드시 들리는 곳 중 한곳이다. 삼존불을 모신 전각을 일러 용화각이라고 했던가? 용화세상은 종파도 없고 따로 다스릴 법도 필요치 않다고 한다. 즉 법 없는 세상을 일러 용화세상이라고 했다는데 난 이 용화각 안에 모셔진 석조삼존불 앞에 머리를 조아려 늘 그런 용화세상이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그 기원이 비록 이 생애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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