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개를 하라고 했더니, 매번 술집 소개만 한다.’고 누군가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내 생활이라는 것이 밥을 먹는 일보다는 술을 먹는 일이 더 많으니 어찌할 것인가? 사실은 나도 그럴 듯한 집에 가서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한 후, 그럴 듯한 맛집 기사 하나 쓰고 싶다.

 

그러니 그저 저 인사는 술에 빠져 사는가보다 하고 넘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9월 5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수원 광교산에 있는 옛 절터인 ‘창성사지’가 찾아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그런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오후 5시가 넘었으니 말이다. 산은 일찍 해가 떨어진다. 하기에 걸음을 서두르는 수밖에.

 

광교산 토끼재 오르는 길 

 

벌써 몇 번째 허탕인가?

 

상광교 종점에서 버스에서 내려 걸음을 재촉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공기도 맑고, 계곡엔 물이 불어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광교산 안내판에 그려진 대로 토끼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 흙길을 걷는 발길에 차이는 돌들이 ‘왈그락’ 소리를 낸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는 길이 나타난다.

 

마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을 만났다. 토끼재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20분이면 충분하단다. 그런 정도라면 급할 필요가 없다. 바삐 걷던 속도를 늦추며 주변을 돌아본다. 저만큼 폭포를 닮은 양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이 소리를 질러댄다. 또 한 사람을 만난다. 다시 묻는다. 이번에는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란다.

 

 

토끼재를 오르면서 만난 주변 경관들

 

이곳을 잘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다시 물었다. 전혀 딴 곳으로 온 것이다. 약도만 믿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할 수 없이 다음 날 다시 오르기로 하고, 길을 뒤돌아선다. 괜히 잘못 그려진 약도에 대한 푸념만 늘어놓는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막걸리나 한잔 하지.

 

상광교 버스 종점 주변에는 음식과 술을 먹을 집들이 꽤나 있다. 그 중 한 집을 찾아들었다. 흑돌농원, 아마도 집에서 직접 농사라도 짓는가 보다.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69번지(대표 김인수)에 소재한 집이다. 많은 먹거리를 나열해 놓은 메뉴판에서 ‘도재 바비큐’ 한 접시를 시켰다. 물론 빠질 수 없는 막걸리 한 병과 같이.

 

 

 

음식 주문을 해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가정 집 정원인 듯한 곳에 차일을 치고 자리를 마련하였다. 산을 오르느라 흘린 땀이 서서히 마른다. 역시 산은 산인기보다. 이번에는 제법 쌀쌀해진다. 하긴 시간이 벌써 7시가 넘었으니,

 

한 장에 100원이라는 상추가 무한 리필이란다.

 

그런데 한 접시에 15,000원을 하는 안주치고는 서비스로 주는 품목이 괜찮은 편이다. 김치와 시레기 등은 그렇다 치고, 큰 대접에 한 그릇 푸짐하게 내어주는 어묵국물이 시원해 보인다. 물론 바비큐를 시켰으니 당연히 야채를 더해줄 것. 상추와 고추 등을 내어준다. 엊그제인가 이웃블로거의 글에 상추가 한 장에 100원이라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문제는 한편에 붙어있는 문구이다. ‘추가반찬은 셀프’라는 글이다. 반찬이 무엇이 있나하고 가 보았더니, 상추, 마늘, 김치, 된장 시래기 등이 냉장고 안에 잘 정리가 되어있다. 이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이렇게 셀프로 야채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마침 음식을 갖고 온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야채는 직접 농사를 지으셨나요?”

“고추는 직접 지은 것이고, 상추 등은 사다가 사용합니다.”

“요즈음 상추 값이 많이 비싼데 이렇게 무한 리필을 해도 되나요?”

“그러게요 한 상자에 9만원이라고 하네요. 아무리 비싸도 손님들을 먼저 생각 해야죠. 그래서 셀프로 마음껏 갖다 드시라고 한 것이죠.”

 

상추에 바비큐와 마늘, 김치와 된장시래기를 더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말만 들어도 고맙다. 둘이서 막걸리 3병을 마셨더니 24,000원이란다. 물론 상추와 김치 등은 몇 번을 갖다 먹었는데도 말이다. 이래서 맛집은 맛도 중요하지만, 주인의 심성이 먼저라고 하는가 보다. 광교산에 올라 길을 잘 못 들어 땀께나 흘렸지만, 그래도 마무리가 행복한 하루였다는 것. 행복은 참 사소한 일 한 가지에서 찾을 수 있는가 보다.

 

상호명 : 흑돌농원

소재지 :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69(대표 김인수)

문    의 : (031) 356-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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