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MBC 창사 40주년 특별기획드라마로 20039월부터 20043월까지 방송되었다. 한류 사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드라마 대장금은 여러 곳의 촬영장소만으로도 중국인 유커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한 때 촬영장소를 찾아온 중국 유커들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만들었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을 정도였다.

 

천민의 신분으로 궁녀로 들어와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임금의 주치의가 되는 장금은 훗날 대장금이라는 호칭까지 부여받았다. 그런 조선조 의녀 장금의 일대기를 그린 대장금을 비롯해 주몽, 선덕여왕, 이산, 동이, 옥중화 등 수많은 MBC의 사극들이 이곳에서 제작되었으며 그 현장을 보관한 곳이 바로 용인시 백임면 용천리에 소재한 대장금파크이다.

 

드라마 <대장금> 촬영은 수원화성 행궁에서도 이루어졌다. 행궁을 찾아오는 많은 유커들도 대장금에서 보이는 요리를 주문하기도 해 유커들이 몰려올 때 그렇게 준비할 수 있는 식당을 주선하기도 했지만 당시 몰려드는 유커들로 인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 없어 무산된 적이 있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 행궁도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0일 바쁜 일정 중에도 이곳을 찾아간 것은 지인이 드라마 선덕여왕에 출연한 미실(고현정 분)’에게 푹 빠져 있었다고 하면서 선덕여왕의 드라마 세트장을 보고 싶다는 부탁에서였다. 사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나 역시 용천리에 소재한 MBC드라마 촬영장이 궁금했던 차라 선뜻 대답을 하고 길을 나섰다.

 

구봉산 자락에 마련한 대장금파크는 멀리서보면 그대로 옛 마을이 들어서있는 듯하다. 멀리서 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것은 도대체 저 안에서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제작되었으며 그 많은 배우들의 땀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TV시청을 하면서도 사극드라마 외에는 시청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자연 이 대장금파크의 모든 것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출입구부터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에 마음 끌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를 가니 입구서부터 기분좋게 만든다. 65세 이상은 경로우대를 한다는 것이다. 굳이 65세 이상이라는 이야길 하지 않고 다니지만 입장료 7천원을 3천원이나 할인을 해준다는 것이다. 거기다 장애인들도 3천원을 할인해 주는데 장애인과 동반한 보호자 한 사람은 무료입장이라고 한다.

 

이곳은 원칙적으로 애완동물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청각 도우미견은 입장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입구에 보면 장애인용 휠체어가 건물 안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말로만 떠들고 있는 장애인 우대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대장금 기념세트장이다. 대장금 기념세트장은 경기도 양주문화동산에 조성된 세트장의 일부를 가져와서 새롭게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넓은 세트장 전체를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오후 3시가 넘어 들린 곳이라 자연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대장금파크를 돌아보면서 그에 못지않은 실젤적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수원도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있어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반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목적만으로 영업을 한다면 관광객들의 구미를 제대로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장금파크처럼 공용화 된 휴게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면 수원화성과 행궁에 대한 더 좋은 인식을 관광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가는 곳마다 정밀한 조형에 놀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눈에 띤다. 동반한 지인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나오던 곳을 보고 싶다고 몇 번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미실의 연기에 빠져 드라마를 보지 않지만 선덕여왕만은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볼 것은 보아야하지 않겠는가? 최우 사택은 드라마 <무신>을 보면서 꼭 한 번 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고려시대 1170년부터 1270년까지 100년간 무신들이 정권을 장악했던 무신정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을 중시하던 우리 역사에서 ()’를 배경으로 노비출신인 김준이 최고 권력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사극 세트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실제 건물과 같이 꼼꼼하게 꾸며진 조형물에 감탄을 한다. 이곳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만하다. 전국에 산재한 많은 세트장을 다녀본 나로서도 이곳 세트장은 그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게 꾸며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 주 촬영지인 연무장과 미실궁 등을 돌아본다. 한편에 마련된 포도청과 옥사는 <구가의서>외에도 <이산> <짝패> <해를품은달> <무신> <구암허준> 등 많은 사극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었던 곳이다. 안을 한 바퀴 돌아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요즈음 산자락에는 일찍 해가 떨어진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지만 다음에 다신 합 번 찾아올 것을 약속한 후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산 중턱에 서 있는 외로운 석탑 한 기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건너편 산 중턱에 석탑이 한 기 보인다. 처음에는 이곳이 사극 세트장이기 때문에 그 탑도 세트의 일부인줄로만 알았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세트가 아닌 옛 탑이 맞다고 한다. 올라갈 수 있느냐 물으니 그곳도 경내이기 때문에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비실에 문의를 하고 난 후 몇 사람과 대화를 거쳐 겨우 승낙을 받았다. 문화재를 답사하는데 이런 불편쯤이야 감당해야 않겠는가?

 

주변 정리가 잘되어 있고 커다란 노송까지 곁에 서 있는 오층석탑은 용인 향토유적 제66호인 고려시대 석탑인 용인 용천리 오층석탑이다. 원래 인근 절터로 추정되는 논바닥에 흩어져 있던 부재들을 모아 1979년에 복원한 것으로 용인시 지역의 석탑 중에서는 가장 큰 석탑으로 높이가 4.3m 정도이다.

 

역사의 한 장을 가늠했던 곳을 돌아보다가 우연히 만난 오층석탑. 현재는 오층석탑 몸돌 위 옥개석과 상륜부가 유실돼 5m를 넘지 않지만 탑의 형태로 보아 상륜부까지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6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뒤 늦게 만난 오층석탑의 조우로 인해 더 뜻깊은 대장금파크의 관람. 설핏 산등성이에 걸린 해를 바라보면서 건너편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대장금파크의 위용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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