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덥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복중의 날씨라고 한다. 올해는 더위도 길고 예년보다 더 무더울 것이라고 한다. 그런 무더위를 날리는 공연이 지동교에서 펼쳐졌다. 팔달문 앞 시민상가가 주관을 한 지동교 문화공연. 참 전통시장들이 이렇게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팔달문 앞 전통시장들은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이 남다른 공연에 색다른 아저씨 부대가 무대에 올랐다. ‘소리샘 중창단’(단장 이인환). 카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이 중창단은 모두 11명이다.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이인환 단장은 치과병원 원장이다. 회원들 중에는 자동차회사 연구원도 있고, 한일자동펌프 전무도 있다.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니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고 있다.

 

 

형제처럼 우애가 깊은 단원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돌아

볼만도 한데

발걸음만 하나둘

세며 가는지

빨간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가수 남일해의 빨간구두 아가씨노래가 무대에 퍼진다. 무대 앞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친다. 노래하는 사람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절로 흥겹다.

 

저희 소리샘 중창단은 2007년경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발족이 되었습니다. 연습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권선성당에서 모여서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둘째 주 일요일 4시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저희들이 노래를 하죠. 저희들은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자랑하라고 한다면 단원 모두가 형제처럼 지낸다는 것이죠.”

 

자랑할 것이 없다는 이인환 단장. 막상 입을 열고나니 자랑거리가 너무 많은 듯하다. 그저 모여서 연습하고, 연습이 끝나면 다들 가까운 곳으로 몰려가서 술 한 잔을 나누는 재미로 산단다.

 


 

저희들은 건배사가 좀 독특해요. 건배 제의를 하는 사람이 인생 뭐있어?’라고 하면 다들 까짖거라고 받아줍니다. 저희 단원들은 나중에 장례식장에 가서 부를 노래도 각자가 이미 다 정해 두었습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

 

참 재미있는 모임이다. 곁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 보아도 즐거움이 넘친다. 앞에서 지휘를 하는 김용달 지휘자는 벌써 나이가 65세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이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노래를 하는 중창단원들도 반주를 하는 반주자 전은경(, 48)도 모두 어깨가 들썩인다. 참 신이 많은 사람들이다.

 

참 재미있어요. 노래를 하면서 저렇게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한 것은 저분들이 그런 삶을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공연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죠. 날 더운데 제대로 노래 한 번 즐기고 가네요.”

 

더운데도 불구하고 앞줄에 앉아 끝까지 노래를 듣고 일어서는 관객의 말이다. 무더운 날씨, 그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런 무더위 속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소리샘 중창단. 그들만큼이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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