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연일 오락가락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리는 행궁동 일원에 취재를 나갔다가 화홍문(화성 북수문) 앞에서 수원천으로 내려왔다. 내가 수원천을 가장 걷기 좋아하는 계절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내리고 나면 수원천 바닥에 겨우내 싸였던 앙금이 조금은 물에 씻겨 사라지기 때문이다.

 

화홍문 앞에서 수원천 가로 조성된 천변 길. 걷기만 해도 활력이 돋는다. 푸른 수초들과 한가롭게 수원천을 유영하고 있는 오리 떼. 양편 축대를 타고 오르며 서로 높이 오르겠다고 아우성인 담쟁이들. 그리고 그 틈새에 나 몰라라 피어있는 작은 꽃들. 거기다가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서로 입을 물 위로 내밀며 한 마디씩 하는 듯하다.

 

 

 

여름이 좋은 수원천

 

내가 수원천을 여름이 가장 좋다고 하는 이유는 푸른 수초들 때문이다. 가을에 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를 보는 맛도 일품이지만, 그것보다는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여름이 한결 운치가 있어 보인다. 어디 그것뿐이랴, 흐르는 수원천 물에 발을 담구고 세족이라도 할 량이면 그야말로 거뜬히 여름을 이겨낼 수가 있다.

 

“시원하세요?”

“그럼요 함께 들어와 발을 담가보세요. 피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매년 이렇게 수원천에서 여름을 보냅니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구고 정담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답변이다. 여름에는 아이들도 수원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기도 한다. 그런 수원천을 비가 멎은 후 걷는다는 것이, 바로 요즈음 대세인 ‘힐링’이란 생각이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힐링이란 돈을 들여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편하게 내가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힐링이 아니겠는가? 아주 천천히 풀냄새를 맡으면 걸어보는 수원천. 그 안에 오만 잡동사니 같은 생각들을 다 잊을 수가 있다. 풀 냄새 하나 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수원천이다.

 

“비가 온 다음 수원천을 걸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수원천 갓길을 걷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그만큼 수원천은 수원사람들 만이 아닌, 수원을 찾아 온 사람들이 즐겨 걷는 곳이 되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원천을 따라 걷다가 소리를 친다.

 

“오리들 좀 봐. 비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나봐”

 

잠시 비가 갠 틈에 오리들이 물이 흐르고 있는 바위 위에 올라 쉬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비로 수원천이다. 물과 풀, 그리고 물고기와 날짐승. 그런 것들이 그저 눈을 편하게 해준다.

 

 

이게 무슨 ‘옥에 티’람.

 

그저 행복함에 젖어 걷는 수원천이다. 걷고만 있어도 행복이 밀려온다. 사람들은 그런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절로 얼굴에 미소를 띤다. 그런데 몇 사람이 벽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바로 매향교 밑이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함께 들여다본다.

 

“이거 작년에 사람들이 열심히 그려대더니 벌써 이렇게 흉물이 되었네.”

“그러게나 말야.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코팅을 하지 않았나보지”

“설마, 물가에 그림을 그리면 일반 벽보다 먼저 부식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조성한 것은 아니겠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수원천을 즐겨 걷는 나도, 지난해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보고 코팅을 하지 않으면 쉽게 벗겨진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9월이 되면 생태교통 수원2013이 행궁동 일원에서 열린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수원천을 걸어 이동을 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흉물을 본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그 전에 이 타일에 그린 그림들이 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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