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말. 비행기 소음으로 들썩였던 서수원권(권선구)에서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 22회째를 맞는 2018 수원연극축제(예술감독 임수택)가 기존 수원화성 행궁광장에서 장소를 옮겨 경기상상캠퍼스(구 서울 농생명대)에서 새롭고 참신한 거리공연예술을 선보인다. 더욱이 군공항 이전이 추진 중인 서수원권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소외지역으로 낙후됐던 이곳에 문화의 꽃을 피우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지역특성화 축제를 마련했다.

 

특히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함에 따라 13년간 방치돼 있었다. 폐쇄된 캠퍼스는 마치 원시림을 연상시킬 만큼 잡초로 무성했고 학구열로 넘쳤던 상아탑은 흉가처럼 빈 건물만 시간의 흐름을 묵묵히 받아냈다. 이에 경기상상캠퍼스는 인구125만 대도시인 수원에서 보기 드문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울창한 숲은 물론 아름드리 나무가 빼곡한 자연환경을 갖췄고, 리모델링을 거친 건물에서는 생활문화 프로그램과 청년예술창업자를 양성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이러한 장소적 특성을 접목시켜 수원연극축제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5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축제는 국내 14개 팀과 해외 6, 시민프린지 12개 작품 등 총 37개 작품을 89회 걸쳐 선보인다. 재단은 자연친화적인 공연예술제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숲 속의 파티란 슬로건 아래 대형무대를 지양하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거리극, 서커스, 공중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트랑스 익스프레스(프랑스)인간모빌(Mobile Homme)’100톤의 크레인을 이용하여 배우들을 40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려 펼치는 퍼모먼스로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마치 유아들의 모빌장난감을 연상키는 모빌에 6명의 드러머가 신명난 타악을 연주하고, 공중그네 곡예사가 아찔하면서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다.

 

또한 나머지 5개 해외작품은 세계 각국의 거리공연 예술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딥틱(프랑스)해체(D-Construction)’는 힙합 댄스 공연으로 철망을 연결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대립과 갈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콘타미난도 손리사스(스페인)여행(Le Voyage)’은 마임과 마술, 즉흥연기로 웃음의 미학을 선보인다.

 

 

이밖에 거대한 익룡을 연상시키는 크로즈 액트(네덜란드)버드맨(Birdmen)’의 이동형 거리극과 두 명의 남녀 배우가 삶의 공간을 탐색하는 따뜻한 서커스 카토엔(벨기에)남과 여’, 프랑스 유학파 이주형의 갈매가 줄을 이용한 참여형 설치 거리극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등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탄탄한 연출력으로 무장한 국내참가작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끊임없이 걷고 하늘을 향해 봉에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서커스창작집단 봉앤줄의 외봉인생과 광대들의 유쾌한 포장마차 이야기를 담은 연희집단 The광대의 당골포차’, 부력으로 흔들리는 대형사다리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본능을 섬세히 묘사한 극단 몸꼴의 불량충동2018’, 크레인과 로프를 사용해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날아가는 내용을 담은 창작중심 단디의 단디 우화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수원연극축제는 단지 바라보는 축제가 아닌 관객참여형 축제다. 워크숍을 통해 거리의 마사지사로 변신한 시민들이 특별한 종이 마사지를 제공하고, 몸체가 그대로 드러나 종이인간과 시민이 함께 펼치는 감성적 드라마를 연출한다. 또한 시민과 함께 연극 가면을 만들고 일정한 동선을 산책하는 창작그룹 노니의 바람노리와 배우들이 녹음한 오디오와 오브제를 감상하는 오디오극 등 참신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색다른 축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는 지역연극 활성화를 위한 시민프린지 페스티벌을 대폭 확대했다.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과 시민이 축제의 일원으로 주체적이며 자발적인 참여의 장이자 자생력 강화를 위해 수원극단연합회(대표 국윤호)를 주축으로 시민프린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프린지는 생활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청춘극장 등 9개 팀의 공연과 시민낭독공연 동물 없는 연극’, 시민배우 10여명이 참여하는 시민연극아카데미 시리도록 아름다운을 무대에 올려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밖에 숲속을 무대로 다양한 조명아트를 선보인다. 필룩스조명박물관과 함께 조명을 활용한 작품 10여점과 축제장 곳곳을 형형색색 수놓은 LED장식조명, 점멸을 반복하는 반딧불조명등 수 백 개가 설치된 나무 등을 통해 숲 속의 파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한편, 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은 국내 거리극 1세대로서 과천한마당축제,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총감독 등을 지냈으며,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거리축제를 연출하는 데 특화된 전문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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