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0.2km인가? 이 분들 정신 나갔구먼?

 

하루에 문화재 담사를 한다고 하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나름 그동안 문화재답사를 꽤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거리와 시간, 얼마나 집중을 했는가에 따라서 답사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늘 이런 점이 궁금했는데, 한 번 답사를 제대로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4일 오전 일찍 수원을 출발하여 서산으로 향했다. 주 목적은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들러보리라 마음먹고 나선 길이지만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문화재를 답사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는 시간 40분 정도를 제외하고 오가는 시간을 제하면 6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찾아가고 오르고, 걷고, 촬영하기를 반복했다.

 

그 시간동안 답사를 마친 문화재는 국보 1점과 사적 한 곳, 보물 7, 중요민속문화재 2, 지방유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 5점 등 총 15점을 만났다. 6시간 만에 이 많은 문화재를 만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뛰고 걷고, 오르기를 반복했다. 답사를 하는 동안은 몰랐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파김치가 따로 없다. 생전 이렇게 많은 문화재를 하루 만에 만난 적은 없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문화재를 돌아보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서산 여미리 석불입상, 거참 묘하게 생겼네

 

서산에서 가장 먼저 만난 문화재는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산1에 소재한 충남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는 서산 여미리 석불입상이다 도로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석불입상은 뒤편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때문에 쉽게 눈에 띤다. 도로애서 불과 20m 정도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길가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몇 사람의 관광객이 석불입상 주변으로 다가가 안내판을 읽고 있다. 요즈음 들어 문화재 답사를 하다보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문화적 인식이 높아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수령 300년 수고 25m 정도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여미리 석불입상 뒤 소나무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무이다. 석불입상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문화재지만 이 소나무 한 그루가 뒤에 서 있어 석불입상의 분위기를 한 층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잘 자란 소나무의 위편 가지는 마치 용틀임을 하듯 휘어지면서 자랐는데 생육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뒤편에 멋들어지게 자란 소나무와 주변 정리가 잘 된 여미리 석불입상을 처음 본 순간 , 묘하게 생겼네라는 느낌이 든다. 유인원처럼 신체의 아래편에 긴 팔을 조각한 이 여미리 석불입상은 화강암으로 조성한 높이 3.1m로 고려시대 지방 장인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미리 석불입상은 화강암에 조성했는데 뒤편을 보면 정으로 쪼아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자국이 거칠게 남아 있으며 머리에는 보관을 쓴 것으로 보아 관음보살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에는 삼도가 뚜렷한데 목 부분은 부러졌던 것을 이어 붙였다고 한다. 지방 장인의 솜씨로 보이는 여미리 석불입상은 조각수법이 간략하고 형식적이다.

 

 

20m0.2km,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나?

 

안내판에 보니 이 석불입상은 1970년대 현 위치에서 1km정도 떨어진 용장천에 묻혀있던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옮긴 것이라고 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냇가에서 5km 정도 상류에 두 구의 불상이 있었는데 그 중 가운데 한 구가 떠내려 온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르고 그저 전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여미리 석불입상은 화강암 단면에 돋을새김으로 팔을 조성하였는데 신체 아래편에 팔을 조성했다. 비례가 맞질 않아 긴 팔의 유인원처럼 조형했다. 조금은 신체비례구조가 맞질 않아 이상하게 보이긴 하지만 이 석불입상을 조성한 지방장인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인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 문화재 하나하나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 나오다가 안내 이정표를 보니 이해할 수 없다.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석불입상의 거리는 불과 20m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0.2km라고 적혀있다. 어떻게 문화재 안내 이정표를 세우면서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산시 문화재 관계자는 이런 것 하나 확인도 하지 않고 세운 것일까?

 

 

0.2km200m가 된다. 그 위에 선정묘는 0,1km라고 표기했다 어림잡아 거리가 100m는 되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바로 코앞에 서 있는 여미리 석불입상은 0.2km라고 표기하는 우를 범했을까? 문화재 답사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문화재 관계자들조차 우리 문화재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그래도 20m0.2km라고 적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는 서산시 문화재 관련자들. 이곳에 한 번이라도 나와 확인은 한 것일까? 이런 실수는 두 번 다시 해서는 인된다. 서산시는 하루 빨리 이런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친다고 해서 이런 잘못이 무조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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