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 고성주씨 초복마다 삼계탕으로 어른 공경

 

지동이란 마을은 참 흥미롭다. 그렇게 잘 사는 동네도 아니건만, 인정 하나는 샘 솟듯 하는 마을이다. 매년 초복 날이 되면(올해는 7월 13일), 지동에 사는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호인 ‘경기전통굿연구원’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고성주씨(남, 57)의 집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매년 초복 때 잔치를 열기 때문이다.

 

이른 시각인 새벽 5시부터 집안을 정리한 후, 곧바로 삼계탕에 들어갈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닭 100마리를 삶아낸다. 오늘은 지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 100분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11시가 조금 지나자 어르신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주변 주민들 중에는 이럴 대마다 찾아와 봉사를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매년 경로잔치 등도 열어

 

고성주씨는 신(神)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춤과 소리를 문화재급 선생님들한테 학습을 받았지만, 그 길을 걷지 못하고 17세에 신이 내렸다. 그 뒤 매년 남을 위하는 잔치 등 공연도 하고 있다. 자신이 가르친 춤 제자들과 함께, 경로당 등을 순회하면서 노인위문공연을 하고 있기도.

 

그것뿐이 아니다. 매년 한 차례 집에서 경로잔치를 연다. 이렇게 잔치를 열 때는 춤도 추고, 소리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제자들과 동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 집에는 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는다. 자신이 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고성주씨. 이제는 나눔이라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마을의 어르신들은 맛있는 삼계탕 하 그릇씩을 드실 수가 있게 되었다.

“고선생은 참 본 받을 만한 사람이죠. 매년 이렇게 동네잔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데, 언제나 어르신들을 살갑게 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야 한 그릇 와서 잘 먹고 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 더위에 말이죠.”

 

지동에 사시는 한 어르신이 하는 말씀이다. 늘 이곳에 와서 복다림을 하고 가신다는 이 어르신은, 그래서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호탕하게 웃으신다.

 

 

따듯한 마음이 넘치는 곳, 지동.

 

“아버님 술 한 잔 드실래요?”

“아니, 그냥 이 삼계탕 한 그릇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요.”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는 말투이다. 그렇게 바깥, 거실, 지하연습실 등에 마련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진 삼계탕 한 그릇씩을 드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시는 어르신들이다.

 

“지금 우리는 어른 공경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그분들이 젊으실 때 그 수많은 고생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히 살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하고, 저희들은 그런 우리 부모님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드릴 것을 찾아보아야죠. 어른 공경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요.”

 

 

여기저기 음식을 나르랴, 어르신들께 필요한 것을 갖다 주랴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매년 이렇게 나이를 먹은 저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고성주 선생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그릇을 다 드셨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시는 어르신들. 매년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 따듯한 마음이 있는 곳, 지동마을. 이렇게 따듯한 마음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지동이라는 곳은 참 살만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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