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육괴정 느티나무 그늘도 한몫 감당

 

남녘에는 벌써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는 산수유축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산수유축제를 열 때 찾아갔던 이천시 향토유적 제13호인 육괴정은 백사면 도립리 735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한 여름 녹음이 짙은 육괴정의 모습이 궁금해 벌써 그곳으로 몇 번인가 찾아갔다.

 

여기조기서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는 소식이 앞당겨졌다는 풍문이 들린다. 겨울에 눈도 많이 오지 않고 날이 푸근해 꽃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런 계절에 생각나는 여행지가 바로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이다.

 

육괴정은 처음 지었을 때가 500년 전이라고 전하는 정자이다. 육괴정 주변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이 나무들이 바로 처음 육괴정에 모였던 명현들이 뜻을 모아 심어놓은 나무라고 한다. ‘육괴정이라는 정자의 명칭 또한 이 나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앞에 작은 연못은 새로 조성한 것이지만, 연못 안에 가득자란 각종 풀들로 인해 볼썽사납다. 장마가 그치고 난 뒤 이렇게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제거했으면 좋았으련만.

 

산수유축제를 시작하기 전에 찾아갔던 육괴정 앞에 서있는 보호수인 나무들은 가지들만 앙상하니 내보이고 있었다. 당시 이곳을 찾았던 것도 바로 육괴정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몇 달 전 보았던 육괴정과 지금의 육괴정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마 지금쯤이면 육괴정 앞 나무들도 새순이 돋아날 듯하다.

 

육괴정은 처음에 초당으로 지은 정자였다고 한다. 조선조 중종 14년인 1519년 기묘사화로 인해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세력이 크게 몰락하면서, 난을 피해 엄용순이 이곳 도립리로 낙향해 육괴정을 지었다고 전한다.

 

500여 년 전 엄용순이 육괴정을 지었을 때는 초가였으나, 그 후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다. 육괴정은 당대의 명현인 모재 김안국, 규정 가은, 계산 오경, 퇴휴 임내신, 성두문, 남당 엄용순 등 여섯 선비가 우의를 기리기 위해 정자 앞에 못을 파고 주변에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 뜻은 느티나무들과 함께 남아

 

육괴정 앞으로는 연인길이라고 하는 산책로가 있지만 그곳을 걸어 볼 엄두도 나지 않는 찜통더위 때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날이 하도 더워 매미소리마저 끊긴 육괴정을 돌아본다. 주변에 당대의 명현들이 심었다는 보호수들이 그나마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들. 엄용순은 기묘사화를 피해 선친의 묘가 있는 이곳 도립리로 낙향한 후, 이곳을 찾아 온 선비들과 함께 학문을 연마하고 시를 짓기도 했단다. 이 느티나무들은 엄용순을 비롯한 6명의 선비가 우의를 다지기 위해 정자 주변에 각각 한 그루씩 심었는데, 그 중 세 그루가 아직도 나아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다.

 

현재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들의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엄용순이 정자를 짓고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전하는 시기와 같은 시기이다. 돌로 기단을 쌓은 위에 마련한 육괴정은 지금은 팔작지붕으로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사당형 정자이다. 가운데 두 칸은 누마루를 깔고 양편으로는 온돌방을 들였다.

 

한 겨울에도 이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민 집이다. 계단을 오르면 대문 위에 임진왜란 때 순절한 엄용순의 손()인 엄유윤의 충신정려가 걸려있다. 단출하니 지어진 육괴정, 그리고 수고가 15m나 되는 당대의 이곳에 머물었던 명현들이 심었다고 하는 느티나무. 세월은 흘렀어도 그들이 마음은 이렇게 남아있다.

 

 

이천 '산수유축제장‘, 올해는 늦지 않게 찾아가리라

 

이천시 백사면은 산수유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봄이 되면 산수유 꽃이 노랗게 피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는 한다. 이천 산수유축제는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일원에서 열린다. 43일부터 주말과 휴일 등 3일 동안 열리는 산수유축제는, 축제 때 찾아가면 차를 댈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천시에서는 대대적인 홍보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백사면소재지에서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곳을 향해 가면 가장 먼저 송말리에 도착하게 된다. 축제 전에 찾아갔기 때문에 마을 안까지 차를 갖고 들어가 마을회관 앞에 차를 대놓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마을 전체가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 꽃으로 인해 마치 어느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라도 한 토막 들을 것만 같다.

 

산수유 구경 오셨나 봐요. 백사면 중에서도 우리 송말리 산수유가 제일 유명하죠.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여기서부터 위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도립리까지 갈 수 있어요. 축제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제대로 구경도 할 수 없어요.”

 

지난해 이곳을 찾아갔을 때 사진촬영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을 주민 한 사람이 울타리 안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반긴다. 매년 이렇게 큰 축제를 여는 곳이기 때문에 외지 사람이 전혀 낯설지 않은가 보다. 송말리 회관 앞에는 큰 밭에 작은 산수유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축제를 더 키워가기 위해 산수유나무를 마을에서 키우고 있다고 한다.

 

저 나무들이 자라면 큰길가와 마을 곳곳에 심어요. 앞으로 몇 년 만 더 지나면 아마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산수유축제가 백사면에서 열린 거예요. 그동안 큰길가에 심어놓은 산수유나무들은 많이 자랐어요.”

 

 

산수유축제는 이천시의 축제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을 하는 축제이다. 송말리를 벗어나 도립리로 들어갔다. 이곳은 산수유축제를 준비하느라 주차장 등을 마련해 놓고 여기저기 간이화장실도 준비했다. 축제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도립리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있다. 마을주민들도 물건을 내놓고 파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이 몰려들 때는 마을 전체가 발 디딜 틈도 없어요. 이제 준비는 다 마쳤는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려나 모르겠어요.”

 

마을 안에서 장사를 하는 한 주민은 이번 산수유축제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차피 축제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제대로 축제다운 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립리는 송말리보다는 산수유나무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도립리에는 산수유 외에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은근히 자랑도 한다.

 

지난해 산수유 축제가 열리기 전에 찾아갔던 백사면 산수유축제장. 번잡한 것을 피해 미리 산수유꽃을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이 꽤 모여 다. 여기저사 산수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매년 찾아갔던 곳이라 벌써 산수유 축제장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올해는 늦지 않게 축제장을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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