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마음으로 관욕의식을 하는 불자들

 

512일은 음력 4월 초8일로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의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 여긴다. 4월 초파일은 불교 신자이거나 아니거나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다함께 즐긴 종교명절로 전승되어 왔다. 부처님 오신 날은 연등행사와 관등놀이를 중심으로 많은 행사가 행해진다.

 

지금은 볼 수없는 등놀이는 형형색색의 등과 불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놀이이다. 이를 영등놀이라고 하는데, 이때 영등 안에 틀을 만들어 놓고 종이에 개와 매를 데리고 말을 탄 사람이 호랑이와 사슴, 노루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서 그 틀에 붙이게 된다. 등이 바람에 흔들려 빙빙 돌게 되면 여러 가지 그림자가 비쳐 나오는데 호화찬란하게 장식한 등대에 많이 달 때에는 10여 개의 등을 달고, 적게 달 때에는 3개 정도의 등을 달아 재미를 더했다고 전해진다.

 

등대는 고려시대에는 사찰뿐만 아니라 관청이나 시장, 일반 민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와서는 사찰과 민가로 제한되었던 것이 이제는 그림자놀이인 영등놀이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조선조에 불교가 많은 핍박을 받으면서 이렇게 전해지던 등대를 이용해 하던 영등놀이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아기부처님을 씻기는 관욕의식

 

12일 오전, 불기 2563년 음력 4월 초파일 수원사와 팔달사를 돌아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 절에서는 어떤 행사가 열리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팔달구 수원천로 300(남수동 92-1)에 소재한 수원사는 그동안 공사를 하고 있던 일주문을 개방했다. 일주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있다. ‘관불의식이라고 하는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려고 줄을 선 것이다.

 

4월 초파일이 되면 각 절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 동산을 상징하는 화단을 만든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고 그 가운데 부처님의 탄생 조각상인 아기부처를 세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차례대로 작은 표주박으로 감로수를 떠서 부처님 정수리에 붓는 것이다. 이를 관욕, 욕불, 관정이라고도 하며, 관불의식은 부처님이 탄생하셨을 때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 오색향수로 부처님을 씻어 주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를 따라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모든 절에서 이 관불의식을 행하게 된다. 사월 초파일에 행하는 불교의 의례 가운데 관불의식은 부처에 대한 공경을 표시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의식이다. 이때 머리에 붓는 물을 관수(灌水)’라고 하며, 이를 아기부처님 머리에 물을 부어 정수리까지 흐르게 하는 불교의식이다

 

관수란 머리에 부은 물이 발밑까지 흘러내린다는 관두지수 유하족저(灌頭之水 流下足底)’란 말에서 따왔다. 즉 윗사람의 잘못이 아랫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 항상 마음을 바르게 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본이 될 만한 행동을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사람들은 관불의식을 행하면서 자신도 함께 청정해지기를 기원한다.

 

 

팔달사 경내는 온통 공양하는 이들로 만원

 

수원사를 벗어나 팔달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팔달사를 찾았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경내 곳곳에 많은 불자들이 자리에 앉아 공양을 하고 있다. 팔달사는 4월 초파일이 되면 수만 명이 찾아와 공양을 한다고 한다. 대웅전 앞에는 자리가 부족해 밖까지 자리를 펴고 신도들이 앉아 법요식을 행하고 있다.

 

경내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석탑 앞으로 자리를 옮기니 많은 이들이 불을 밝히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탑돌이는 승려들이 탑을 돌며 부처의 공덕을 노래하면 뒤이어 신자들이 무리를 이루어 수행하던 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탑돌이가 불교의 대중화로 민간화되면서 4월 초파일의 풍속으로 변천되었다. 탑돌이를 할 때 사용하던 음악도 과거에는 4법 악기인 범종·법고·운판·목어를 써서 범패를 부르던 것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 돌아본 수원사와 팔달사. 전하는 말로는 부처님 오신 날 절 세 곳을 다니면서 공양을 먹어야 좋다고 한다는데, 남은 한 곳은 야간에 탑돌이가 열리는 곳을 찾아 세 곳을 모두 채워야겠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