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대원사. 천년하고도 수백 년이 지난 고찰이다. 우리나라에 고찰 중 차로 들어갈 수 없는 몇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에 소재한 대원사는 지난 세월이나 요즈음이나 유명하다. 지난 세월은 술을 '곡차'로 불러 유명한 진묵 스님이 이 절에서 20여 년간을 머물렀고, 요즈음은 국민토종 축제라는 '모악산 진달래화전축제'로 유명하다.

    

대원사에 배인 진묵대사의 체취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자리니 산은 베개로다

달은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이니 바다를 술통으로 삼는도다

거나하게 취해 일어나 춤추려하니 곤륜산에 소맷자락이 걸리누나

 

석가여래의 후신이라 일컬어지던 진묵대사께서 대원사에 머무를 때 읊었다는 시다. 진묵대사의 기이한 행적에 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전한다. 진묵대사는 대원사에서 밑 마을로 내려가시어 늘 곡차를 즐겨 드셨나보다. 초의스님이 지은 <진묵조사유적고>에 나와 있듯이 대자유인 진묵대사는 늘 자연이셨다.

  
▲ 대웅전 삼존불을 모신 대원사 대웅전과 적묵당. 대웅전에는 진묵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 탑과 노송 주변 정리를 마친 대원사. 5만 여명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대원사는 증산교의 강증산이 도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대순진리회나 증산교의 신도들의 성지로 여겨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또한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도 한 때 이곳에서 수도에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모악산 대원사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으로,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 낸 길지 중의 길지라고 평한다. 종교를 달리한 큰 스승들이 머무르며 수행한 성지이기도 하다.

 

4월이 되면 모악산에는 세 종류의 꽃이 핀다

 

모악산 대원사는 현재 금산사의 말사이다. 현재 당우로는 삼존불을 모신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삼성각, 심검당, 향적당, 적묵당, 종각 등이 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는 용각부도와 대웅전에 모셔진 삼존불이 있으며, 봄이 되면 흐드러지게 피는 산벚꽃이 있어 아름답고, 가을이 되면 단풍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사계절 아름다움이 그치지를 않는 대원사에는 1월 1일 촛불타종맞이와 4월에 열리는 화전축제, 그리고 단풍철에 이루어지는 각종 문화행사들이 있어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4월이 되면 모악산 대원사에는 세 종류의 꽃이 핀다고 한다. 그 첫째는 자연에서 피우는 아름다운 꽃이요, 둘째는 바로 세시음식인 화전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화전축제에 모인 사람들이다. 5만 여명의 사람들이 화전축제에 모여든다. 대원사를 오르는 길은 사람들에 밀려 저절로 걸음이 걸어진다고 할 정도이다. 화전축제는 관이 개입을 하지 않는다. 제전위원회를 소집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 벚꽃 지난해 축제 때 만개를 한 산벚꽃. 누군가 기념품으로 준 가방을 걸어놓았다.
 

누구나 주인이 되는 축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매 절기마다 그 절기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음식과 민속놀이 등 세시풍속을 통해 이웃과 안녕과 단합을 꾀했으며, 공동체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세시풍속 중 봄철 꽃이 피는 시절에 유명한 음식이 바로 화전이다. 화전은 삼월 삼진날(답청절, 음력 3월 3일)을 전후해서 동산에 나가 붉은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며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다. 이를 '화유놀이' 또는 '화전놀이'라고 불렀다.

 

이 날이 되면 경향의 유생들은 동산에 모여 시를 읊으며 봄을 즐겼고, 어른들은 화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정성껏 마련하여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꽃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화전을 부쳐 먹으면서 하루를 즐기던 화전놀이가, 모악산 대원사 일원에서 열리는 것이다. 화전축제의 특징은 참가자 스스로가 행사의 꽃이다. 즉 참가자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점이 다르다. 관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전시적 행사가 아닌, 누구나 다 함께 참여하며 즐기는 놀이라는 것이 다르다.  

 

  
▲ 공연 하루 종일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모악산진달래화전축제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는 학생들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젊음의 끼와 힘이 넘치는 마당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모악산진달래화전축제'는 새롭게 주변정리를 마친 대원사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화장실 문제로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새롭게 수세식으로 마련한 해우소가 지어졌다. 축제날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화전을 부치는 곳에는 긴 줄이 이어진다. 순서를 기다려 화전을 맛보기 위해서다. 모악산 화전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4월 11일(우천 시는 한 주 연기) 모악산에 올라보면, 가장 아름다운 축제를 만날 수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다.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모악산에서 열리는 화전축제다. 미리 올라본 대원사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구나 이곳에 찾아와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 젊음과 끼가 넘치는 공연 모악산 대원사 일원에서 열리는 모악산진달래화전축제에는 전국의 학생들이 참여해 펼치는 한마당 춤 잔치로 흥이 절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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