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농토를 잃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죽음과 같다고 한다. 농사 밖에는 할 줄 아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짧게는 몇 대에서 길게는 15대 이상을 한 자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사람들. 이제 그 농토를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여주군 대신면 양촌리. 이 마을은 모두 25가구 정도의 주민들이 살아간다. 양촌리는 현재 하천부지와 개인들의 소유지로 된 땅을 합해 백만 평 정도의 농지가 있다. 이곳에 1300동 정도의 시설하우스가 들어서 대단위 특작과 화훼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일대가 모두 남한강 정비로 인해 수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넓은 농지 중 현재 마을이 있는 곳을 위시해 17만 평만이 남고, 나머지는 모두 수용계획이 섰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이 되었다.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농민들과, 아무 대책 없이 '상부지시'라는 말만 반복하는 관과의 마찰이다. 자신의 농지를 갖고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그나마 적당한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하천부지에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아무런 이주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 소유의 땅 38만 평 중에서도 17만 평을 남기고는 모두 수용이 된다는 양촌리. 그 개인의 땅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80%가 외지인의 땅이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과 현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받아야하는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1월 13일, 날씨만큼이나 냉랭해진 양촌리를 찾았다. 마을회관에는 마침 경을수 양촌리 이장을 비롯한 몇 사람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천혜의 농사조건을 갖춘 양촌리

 

  
▲ 시설하우스 현재 양촌리는 백만평 가까운 땅에 시설하우스 1,300여 동이 들어서 있다.
ⓒ 하주성
양촌리

  
▲ 양촌리 25가구의 원주민들과 외지에서 시설하우수 재배를 위해 들어 온 많은 사람들이 양촌리에서 삶을 이어간다. 연 5,000명이나 되는 일자리를 잃게되었다.
ⓒ 하주성
양촌리

 

양촌리에 이렇게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시설하우스가 자리를 잡은 것은 이곳의 농토가 비옥하기 때문이다.

 

"양촌리는 섬 같은 곳입니다. 한 마디로 삼각주죠. 양편으로 모두 물이 흐르고 있고, 그 가운데 비옥한 토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변에는 산이 없이 넓게 펼쳐진 들로,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 농사를 짓는 데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천부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도지세를 물면서도 정말 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곳을 모두 수용한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주민 김민식씨는 현재 화훼단지를 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상을 받아봤자 딴 곳에 나가 그만한 농토를 마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힘들게 이 땅을 지켜가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땅을 수용한다고 하면서 그 대책은 전혀 세워주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당장 이곳에서 딴 곳으로 옮겨가면, 어떻게 이만한 농토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같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 땅보다 좋을 수가 없는데, 거기다가 적절한 보상이 아니라면, 결국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입니다."

 

일자리 창출을 한다면서 많은 일자리를 없애다니

 

  
▲ 공고안내문 2010년 1월 1일부터 하천 일대의 경작음 금지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 하주성
양촌리

 

양촌리에는 1300개 동의 시설하우스가 있다. 너른 벌판을 빈틈없이 들어찬 시설하우스에는 연신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양촌리 시설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는 분들은 한 동에 4명씩만 친다고 해도, 년 중 5000명 정도의 일자리가 보장이 됩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여기서 임금을 받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도 아무런 대책 없이 이곳을 수용한다고 합니다. 4대강 정비를 하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연일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겁니다."

 

5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유호필씨는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다. 당장 현재의 많은 주민들이 이주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농지가 모두 수용이 된다면 이곳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책 없이 수용한다는 행정부서를 이해 할 수 없다는 것.

 

"생각해 보세요. 이곳에 살고 있는 가구 중 두 가구만 이주를 해야 하고, 나머지는 보존지역인 17만평 안에 있어 이주를 할 걱정은 덜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땅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갑니까? 결국은 나가라는 소리가 아닙니까? 농사꾼한테 농토를 빼앗으면서 살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 이겁니다"

 

반복되는 슬픔이 서린 양촌리

 

  
▲ 현수막 양촌리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 도로에 붙은 현수막, 양촌리와 보통리 등에 골려있다.
ⓒ 하주성
양촌리

 

"저희 양촌리는 500년 정도를 이어오는 유서 깊은 강변 마을입니다. 15대를 넘어서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양촌리는 대를 이어가면서 농사를 짓고, 앞을 흐르는 남한강에서 물고기를 잡고는 했던 곳이죠. 양촌리는 그동안 많은 슬픔을 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시설하우스로 살만하니까, 또 이런 일을 당하네요."

 

양촌리 경을수 이장이 양촌리는 왜 매번 이렇게 슬픔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한다. 양촌리는 원래 강가 마을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에 대홍수가 나 집을 현재의 보통리 새마을로 옮겼다가, 1995년에 다시 살던 양촌리 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도쯤에 현재의 방죽을 쌓았단다. 그런데 다시 또 4대강 정비라는 이유로 이곳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가 없으니, 또 떠나라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지금 이 마을에 4대강 정비를 관리하는 건물인가가 들어왔는데, 그 위쪽부터가 모두 저류지로 흡수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양편을 갑문을 막는다고 하는데,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정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고요.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매번 우리 양촌리에 일어나는 것인지. 그저 우리는 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 온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면, 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서 살아야합니까? 그리고 농지가 사라지는데 이곳에서 살라고 하면 무엇으로 삽니까?"

 

수질정화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남한강은 1.5급수의 맑은 물이라고 한다. 그것을 2급수로 만든다는 것이 수질정화란다. 저류지를 만들고 양편을 갑문을 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양촌리 사람들은 불안하다. 도대체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것인지, 여기저기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보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들어보지 못했단다.

 

'알아서 살라는 것이 아닙니까?'     

 

  
▲ 양촌리 입구 양촌리는 입구에는 강의 지류가 두르고 뒤로는 남한강이 흐르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농지이다. 이 곳에 저류지를 만들고 갑문을 설치한다고 한다.
ⓒ 하주성
양촌리

 

양촌리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일 줄 모른다. 그럴만한 사람이 마을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군데를 찾아가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소리는 '위에서 하는 일이라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래서 상부기관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또 '위에서'라는 말만 되풀이 했단다.

 

"그동안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우리 입장을 이야기 헸지만, 매번 듣고 온 소리는 '위에서 하는 일이라 우리는 모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위가 도대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요. 우리도 국민입니다, 당연히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요. 여기서 살아가던 그대로 살게 놓아두었으면 합니다. 만일 여기서 나가야 한다면, 그만큼 살만한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죠."

 

2010년 1월 1일부터 한강변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공고가 붙었다. 내용은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생태계조성 및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양촌리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다만 조상 대대로 이곳의 땅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오던 사람들이다.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 그것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당장 생계걱정을 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이란 말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곳을 파헤쳐 골재채취로 막대한 돈을 번다고 하는데, 정작 농토를 잃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상을 할지 궁금하네요. 만일 이 사안에 대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양촌리와 보통리 주민들을 나라에서 다 죽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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