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찬바람 피해 들어간 예술공감 봄 전시실서 만난 작품들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을 때면 어둠속에서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한결같은 거리로 공존하고 있는 달의 모습은, 어둠과 빛의 존재를 극명하게 느끼게 한다. 한결같은 익숙함 속에서 어둠이 빛을 품고 있는 갑작스런 낯섦은 의식을 다른 차원으로 유영하게 한다. 일상 세계에서 벗어나 유한하고 고독하여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에서 존재 자각을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공간을 시각화하여 보았다

 

예술공간 봄 제2전시실에서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구진아 작가의 거리두기, 그리고 있기(be)’ 전에서 작가노트에 쓴 글이다. 16,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 눈보라가 치고 날이 춥다. 밖에서 힌 시간 정도 취재를 하다 보니 온몸이 얼어붙었다. 수원천을 걷다가 인근 북수동에 소재한 예술공간 봄을 찾아들어갔다. 따듯한 차 한 잔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몸이 얼어붙는 날 야외에서 취재를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다가 만난 이윤숙 작가는 지하 제2전시실과 행궁솜씨 골목 갤러리에 새로운 작품을 전시 중이라고 알려준다. 먼저 지하에 전시되어 있는 구진아 작가의 거리두기, 그리고 있기(BE)’ 전을 돌아보았다. 벽에 걸린 많은 작품들은 유난히 달이 많다. 그리고 한편 전시공간에는 많은 형태의 침대들이 보인다.

 

 

다양한 전시와 활동을 하고 있는 구진아 작가

 

구진아 작가는 현재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작가는 한국미협·용인미협·용인여성작가회·Shadow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212회 한국회화의 위상전(한국미술관, 서울), 2014년 한··일 수채화 교류전(한전아트센터, 서울), 2015The flower(묵산미술관, 서울), 2016수아니 창립전’(수원미술관, 수원) 등에서 전시에 동참했다.

 

2017년부터 작가는 더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오늘의 작가 정신전(인사아트플라자, 서울)을 비롯하여, 2018년 제3회 수아리전(노송갤러리, 수원), 2019년 용인미협 한·러 교류전(러시아)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한 구진아 작가는 2014년 대한민국 수채화 공모대전 특선, 나혜석 미술대전 입선,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예술공간 봄의 지하전시실인 제2전시실에서 만났던 작가들의 작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구진아 작가의 작품전. 작품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소요됐다.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은 미술작품 전시를 보기위해 찾아가면 몇 번을 반복해서 돌아보면서 무엇인가 느낄 때까지 머무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을 때면 어둠속에서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한결같은 거리로 공존하고 있는 달의 모습은, 어둠과 빛의 존재를 극명하게 느끼게 한다고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듯, 작가는 어둠과 빛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많은 작품을 그려낸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의 홍보전단에 평론이라도 한 줄 적혀있다면 더 많은 것을 느꼈을 텐데 하는 점이다.

 

 

행궁솜씨 갤러리에서 만난 이경선 개인전 - 소녀의 책원화전시

 

예술공간을 벗어나 행궁동 골목에 소재하고 있는 이경선 개인전 - 소녀의 책원화전시를 하고 있는 전시실을 찾아갔다. 벽면에 전시되어 있는 많은 작품들은 모두 <소녀의 책> 이탈리아 출판기념 원화전시라고 한다. 현재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경선 교수가 책을 내면서 그 원화를 전시한 것이다.

 

저는 디자이너지만 그림 그리기를 깊게 배운 적이 없는 디자이너이다. 지금은 그림에 대한 실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30년 전, 미술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에 디자인을 공부하였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늘 피하고 싶은 두려움이었다

 

이경선 교수는 작가노트 말미에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달고 부터 늘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고자 했던 저에게 학생으로서 배움의 기회는 새로운 세계를 넓히는 즐거움이었으며 두려움에 대한 도전이었다, “자신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고 응원하는 따뜻한 속삭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경선 교수는 디자이너의 선물 같은 책! 디자이너는 겉모습을 화려하고 예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각적 방법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글로 읽고 머리로 배우고 기억으로 암기하는 책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전달하고 상상력으로 이야기하는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 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220일까지 행궁솜씨 갤러리를 찾아가 이경선 교수의 <소녀의 책> 원화전시를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그 안에서 내가 미처 감지할 수 없었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전달하며 상상력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인 원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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