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안택굿은 예술적인 면과, 신성적인 면이 잘 조화를 이루는 굿입니다. 우리 굿은 연희와 신성이 한편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안택굿의 경우에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이죠.”

 

5월 9일, 오전 9시 30분.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에 소재한 경기안택굿을 보존하기 위해 보존회를 운영하고 있는 고성주 회장의 전안(신령들을 모셔 놓은 곳)에는, 경기대 사학과 2, 3학년 학생 30여명이 윤한택 교수의 인솔로 찾아왔다.

 

문화재를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배우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우리 굿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후에, 제석굿의 시범까지 보는 시간을 가졌다. 2시간 동안 진지하게 경기안택굿에 대해 공부를 마친 학생들. 일부는 강의시간에 맞추어 현장을 떠나고, 일부는 남아 점심대접까지 받았다.

 

‘우리 굿 처음 접했습니다. 절로 흥이 나네요.’

 

“오늘 여러분에게 제석굿을 보여드리는 것은, 제석이 자손들의 수명장수를 위하는 신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일이 잘 되라고 수명장수와 부귀공명을 위해 축원을 하겠습니다.”

 

 

 

30여분 동안 제석굿을 하였다. 학생들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자신들을 위해 보존회원들(장고 이정숙, 피리 박노갑)까지 모여 굿판을 열어준 보답이었다.

 

굿을 마치고 난 뒤 보존회 고성주 회장의 살아 온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점심을 먹기 전 잠시 밖으로 나온 사학과 3학년 이아무개군에게 물어보았다.

 

 

“그동안 굿을 본 적이 있으세요?”

“오늘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굿은 미신이라는 말을 들어와서인가, 그런 것을 접한다는 것이 왠지 내키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보시고 나서는 어떤 것 같으세요?”

“오늘 보니 정말 우리민족의 정서에 맞는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복을 달라는 것이 아니고, 복을 준다는 것이 색다른 것 같아요”

“오늘 처음으로 굿의 한 부분을 보시고 난 뒤 느낌은?”

“앞으로 우리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제석굿이라는 것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잘못 된 교육이 불러온 우리것에 대한 무지

 

우리는 그동안 굿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무지한 교육을 시켜왔던 사실이다. 일제의 잔재로 ‘미신’이라고 치부를 하였는가 하면, ‘우상숭배’라는 말로 도외시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기록을 볼 때 우리나라의 무속인(巫俗人)들은 고려 때는 각 고을에서 병의 치료를 담당했는가 하면, 조선조에서는 마을마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함께 의녀(醫女)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오늘부터 우리 굿에 대해 그동안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을 다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난생 처음 굿을 보았다는 학생들. 예전에는 집집마다 안택을 하기 때문에, 마을 어디서나 굿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한 굿이 점점 ‘굿당’이라는 전문적인 장소가 소재한 산 속으로 숨어들면서, 점점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굿이 온전히 신성과 연희성을 함께 지켜가면서 전승이 되는 길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절대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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