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국도변을 지나다가 보면,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멀리서보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은 이 소나무는, 수령 400년이 지난 천연기념물 제426호 대하리 소나무이다.

대하리 소나무는 반송의 일종으로 그 줄기가 마치 용이 뒤틀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2개의 우산을 맞대어 놓은 것 같다는 대하리 소나무. 그 모습은 여느 소나무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426호 대하리 소나무

마을의 수호신이었으나 이제는 시들해

대하리 소나무는 높이가 6m, 가슴 높이의 둘레가 3m가 넘는다. 가지는 동서로는 15m 정도에 남북으로는 20m가 넘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보니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보인다. 오랜 세월을 지나다가 보니 그런 세월의 아픈 상처가 생기는가 보다.

대하리 소나무는 주변에 황희선생의 영정을 모신 장수황씨 종택사당과 사원이 있어, 마을 이름을 ‘영각동’이라 불렀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안과 가내의 안녕을 기원하는 영각동제를 지냈다고 한다.

소나무 잎에 돌이 음식을 진설하는 지석이었다.

소나무의 앞을 보니 제단으로 사용했을 지석이 보인다. 사람들이 그동안 이 소나무를 얼마나 정성을 다해 위했는가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영각동제도 중단이 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변하면 사람들도 그러한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주인의 마음이 2세를 키우고 있어

소나무를 찍으려고 하는데 옆에 있는 식당에서 한 분이 나와 제지를 한다. 이유를 알고 보니 대하리 소나무가 있는 대지의 주인이란다. 소나무야 문화재청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지만, 이 땅의 주인이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 분이 주인이 되는 셈이다. 사람들이 함부로 사진을 찍는다고 소나무를 해칠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대하리 소나무는 반송의 일종으로 마치 용이 뒤틀고 있는 형상이다.

미처 이야기를 하지 못했음을 사과를 하고,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소나무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소나무로 인해 주변 정리를 함부로 할 수도 없어서 많은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러다가 따라오라고 하여 건물 뒤로 따라갔더니, 작은 소나무들이 보인다. 바로 천연기념물인 대하리 소나무의 2세라는 것이다. 그저 지정만하고 아무 대책도 세워놓지 않아, 수령이 많아 죽어간 나무들을 보아온 터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대하리 소나무는 2세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제법 큰 나무들도 보인다.


수술을 안 부위가 안에서 썪어가고 있다고 한다.
식당 건물 뒤편에 자라고 있는 대하리 소나무의 2세들.

나무가 상해 잘라내고 외과수술을 한 곳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이렇게 방치를 할 수가 있나 싶었는데, 그나마 2세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수많은 천연기념물들이 훼손이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정성을 드리고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탁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정해진 일정 때문에 소나무를 뒤로한다. 매번 상처를 받아 돌아오는 답사 길이었는데, 모처럼 찡그리지 않는 날이었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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