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고달사지의 동쪽으로 가면 산을 오르는 계단이 있다. 이 돌 계단을 오르면 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 부도를 만난다. 이번까지 3번을 이 부도를 보았지만, 볼 때마다 놀라움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달사지 부도는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팔각원당형의 이 부도는 천년 세월을 제 모습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다.

 

난 이 고달사지 부도를 만날 때마다 우리 조상들의 예술적 감각에 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것은 이 부도가 아직도 완전한 모습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팔각으로 된 하대석의 연꽃무늬와, 중대석의 용과 구름은 아직도 생생한 모습 그대로다. 중대석의 용은 힘차게 부도를 감고 있다. 용의 무늬 중 불꽃이 타오르는 여의주를 두발로 감싸고 있는 조각은 가히 압권이다. 두 마리의 용이 꼬리를 서로 감고 있는 모습도 생동감이 넘친다. 많은 부도를 보았지만 이런 멋진 조각을 해놓은 것은 그리 많지가 않다.

 

  
▲ 고달사지 부도 중대석에 새긴 용머리에서 고려 초기 부도의 특징이 보인다

  
▲ 부도 부도에 새겨진 용의 조각. 발로 불꽃이 이는 여의주를 잡고 있다

  
▲ 용꼬리 부도 중대석에 새겨진 용의 조각 중 꼬리 부분. 두 마리의 용꼬리가 힘차게 감고 있다

부도의 전면에 돌출이 된 용의 머리 역시 고려 초기 부도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상대석으로 올라가면 연촉이 표현되어 있으며, 몸돌에는 자물쇠 문양인 문비와 영창이 서로 반대편에 조각이 되어 있다. 자물쇠 문양과 영창 사이에는 사천왕상이 힘있게 조각되어 있다.        

 

머릿돌은 상대적으로 몸돌보다 크게 만들었다. 난 이 고달사지 부도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바로 머릿돌의 밑면에 조각이 된 비천상이다. 금방이라도 승천을 할 것 같은 이 비천상에서 부도는 마무리가 된다는 생각이다. 아마 이 부도를 조각한 공인도, 이 부도의 주인이 하늘로 오르기를 바랐나보다. 또한 스스로도 하늘로 올라 비천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자물쇠 문양 상대석에 조각된 자물쇠 문양인 문비.

  
▲ 영창 부도의 상대석은 상징적으로 사리가 있는 곳이다. 자물쇠 문양인 문비와 그 반대편에 조각된 영창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 사천왕상 상대석 8면 중 사면에는 사천왕들이 부도를 지키고 있다

너무도 생생한 모습으로 조각이 되어 있는 국보 제4호 고달사지 부도.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부도는, 고려 광종 대에 전성기를 누리던 고달사가 폐사가 되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인가 보다. 고달사에 남아있는 보물 제7호인 원종대사혜진탑과 비교를 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국보와 보물의 차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 비천상 고달사지 부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은 역시 비천인상이다.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다

  
▲ 비천인상 머릿돌의 밑면에 새겨진 비천인상. 국보 제4호 고달사지 부도를 완성시킨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천년 세월 한 자리에 서서 온갖 풍상을 다 이겨내며 제 모습을 지켜 낸 고달사지 부도. 그래서 고달사지를 찾을 때마다 일부러 계단을 오르는 것도, 그러한 아름다운 탑을 보기 위해서다. 더욱 이 부도를 눈여겨보는 것은, 앞으로 또 천년을 그렇게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고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09,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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