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자, 혹 연극에 관한 책 필요해요?”

, 그런 책이 있으면 좋죠

나한테 조선연극사라는 책이 있는데 하기자 주려고요

, 고맙죠. 한 시간 뒤에 만나요

 

며칠 전인가? 평소 존경하는 향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책이 한권 있는데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준다고 한다. 당신도 돈을 주고 구입한 책인데 나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그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시간을 약속하고, 약속장소에 나가 얼큰한 찌개 한 그릇을 끓여놓고 마주앉았다.

 

전에는 자주 뵙고 막걸리도 한 잔씩 나누었지만 살아가는 것이 바쁘다보니 한동안 만나 뵙지 못했다. “그 책 내가 쓴 것이야 봐 저자가 김재철이잖아그 말에 웃음을 터트린다. 김재철 박사는 농촌진흥청에 근무하시다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다. 평소 해학이 넘치는 분이라 만나면 늘 즐겁다. 김재철 박사님은 바로 흑미(黑米)’를 연구해낸 분이기도 하다.

 

 

작지만 소중한 남사당 총서 1 조선연극사

 

그저 단순한 <조선연극사>라는 책이라도 좋은데, 막상 책을 받고보니 남사당 총서1 조선연극사라고 적혀있다. 평소 우리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책이다. 19706월에 민속극회 남사당에서 펴낸 책이다. 남사당은 우리 전통놀이 중 국가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남사당놀이를 하는 사당패다.

 

과거 우리나라 유랑집단들 중에는 많은 패거리들이 있었다. 중매구패, 각설이패, 솟대쟁이패, 사당패 중 많은 예인집단 중에 가장 뛰어난 기예능을 가진 유랑집단이 바로 안성 청룡사를 근간으로 삼아 전국을 떠돌던 남사당패였다. 남사당패가 하는 여섯 마당의 놀이 중에 덧뵈기라고 하는 가면극이 있다.

 

남사당의 덧뵈기는 다른 지역 탈놀음에 비해 의식성(儀式性)이나 행사성(行事性)에 관계없이 그때그때 지역민의 갈구와 흥취에 영합하였다. 마당씻이옴탈잡이샌님잡이먹중잡이의 4마당으로 짜여 있는데, 먼저 첫째마당에서 놀이판을 확보하고, 둘째마당에서 외세(外勢)를 잡고, 셋째마당에서는 내부 모순을 불식하고, 끝마당에서 외래문화를 배격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많은 자료를 수록한 <조선연극사>

 

민속극회 남사당에서 펴낸 <조선연극사>는 상당히 많은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이 더 귀한 것은 남사당의 가면극만이 아니라 제1장에 삼국이전의 가면극과 제2장 신라의 가면극, 3장에는 고려이후의 가면극으로 산대도감까지 정리했다는 점이다. 그 중 신라의 가면극에 나오는 처용무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정조대왕의 화성행차 시 벌어진 혜경궁홍씨의 진찬연에서 처용무가 추어졌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2편에는 인형극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 꼭두각시놀음과 만석중놀이에 대한 기록은 물론, 남사당놀이 등에 등장하는 각종 탈과 무대까지 소개하고 있다. 1970년에 발간된 자료이기 때문에 책은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서 기록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책을 기술했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기가 빠르다는 점도 나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다.

 

지금도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 나온다고 하니 귀한 책임에 틀림없다는 부언설명이 없어도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책에 빠져들었다. 내가 모르고 있던 더 많은 지식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좋은데, 우리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기위해서 더 없이 소중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 뒤편에 보니 昭和14에 발행한 것으로 적혀있다. 소화14년이면 1939년이다. 아마 이 책이 최초로 발행한 것은 1939년이고, 1970년에 재발행을 한 책인 듯하다. 23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이지만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 민속극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책 한권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 그것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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