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도학동 620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북지장사. 신라 소지왕 7년인 485년에 극달화상이 세웠다고 전하는 절이다. 벌서 처음으로 절이 창건된 지가 1,526년이나 지난 고찰이다. 북지장사는 팔공산 인근에 자리한 고찰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절로, 같은 극달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하는 동화사보다도 8년이나 앞선다.

절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은 보물 제805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조선 인조 원년인 1623년에 지은 건물이다. 처음에는 망자의 천도를 염원하는 극락전 또는 지장전으로 사용했던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정면 한 칸의 작은 전각

현재 대웅전은 보수 공사 중이다. 단청을 마쳤으며, 전각 안을 공사 중이라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정면 한 칸, 측면 두 칸 규모이지만, 정면 한 칸 사이에 사각형의 사잇기둥을 세워, 세 칸처럼 독특한 양식을 띠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팔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이 북지장사 대웅전은 여러 곳에서 특이하다. 이러한 전각은 우리나라 전역을 보아도 몇 채 되지 않는다. 순천 송광사의 약사전과 영산전, 그리고 여주 신륵사의 조사전 등이 이와 같은 건축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 대웅전에는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짠 구조인 공포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다.



이러한 형태를 다포 양식이라 하는데, 북지장사 대웅전의 세부 처리는 조선 중기 수법을 따르고 있다. 지붕 각 모서리에는 무게를 받칠 수 있는 추녀 끝에 얇은 기둥인 활주를 대었다고 하는데, 보수 공사를 하느라 활주는 임시로 제거하였다고 한다.

공포 끝에 용머리 조각이 돋보여

10월 8일 팔공산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을 돌아보고 찾아간 북지장사.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대웅전이 보물이라는 말에 1.5km를 걸어 찾아들었다. 복원공사 중인 대웅전은 새 건물처럼 보인다. 이미 단청까지 마친 상태라 옛 고풍스런 멋은 사라졌으나, 말끔한 모습이 오히려 새로운 느낌이 든다.




북지장사에는 원래 대웅전이 있었으나, 불에 타 소실되는 바람에 이곳을 대웅전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북지장사의 대웅전은 측면도 한 칸이나 퇴칸을 달아냈다. 그리고 뒤편 퇴칸에 출입문을 낸 특이한 구성이다. 공포는 내, 외 4출목으로, 공포 위에 설치한 용머리 조각 등은 조선 후기 수법을 따르고 있다.

건물의 안쪽은 특이하게 정자에서 쓰는 건축 기법을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공사 중이라 안을 볼 수 없음이 아쉽다. 불전의 건축기법으로는 보기 드문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 전각은, 조선시대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건물을 몇 바퀴를 돌아본다. 공포 끝마다 작은 용두(龍頭)를 조각한 연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이 건물이 지장전이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건물 자체를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반야용선을 상징한 것은 아니었을까? 대웅전 앞에 놓여있는 석물은 석등의 받침돌로 보인다. 아마도 지장전 앞을 장식했던 석물이었을 것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북지장사 대웅전. 결코 아무것이나 보물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기품을 지니고 있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전각. 내년에는 안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봄이 되면 다시 한 번 대구 올레 길을 걸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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