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민속문화재 제31호 남은들 상여를 찾아내다.

 

며칠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몇 년이 넘게 현장에서 취재를 해온 수많은 자료가 CD에 들어있어 한번 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3,000여 점 가까운 문화재를 찾는 것이 어려워 외장하드에 중요한 부분만 따로 저장을 해 놓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분류작업에서는 적은 용량이라고 해도, 따로따로 구분을 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나누고 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바로 대분류를 하는 일이다. 우선은 불교유적인 절, 사지, 불교관련 문화유적을 비롯해 정자, 향교와 사원,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 고궁과 능원, 박물관과 전시관, 자연생태, , 식물, 공연, 무속자료, 축제자료 등을 하나하나 세분하고 있다.

 

 

 

보관과 자료인용을 제대로 하기 위한 작업

 

워낙 많은 분량이라 그것을 하나하나 정리를 하고, 또 외장하드에 그것을 다시 복사를 해 나누어 보관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고 목록을 만들어 둔다면, 언제라도 쉽게 찾아낼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나하나 꺼내어 검토를 하다가 보니, 이제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참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 중에는 날짜와 장소 등이 없어 이곳이 어디일까 하는 정도로 생소한 것들도 있다.

 

그 중에서 하나가 바로 중요민속문화재 제31호인 <남은들 상여>이다. 남은들 상여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시신을 장지까지 운반하던 상여를 말한다. 이것을 행상, 영여, 온량거라고도 하며, 보관을 하고 있는 곳의 지명이 남은들이기 때문에(예산군 덕산면 광천리) 남은들 상여로 불린다. 남은들 마을입구 상여막에 보관되어 있는 이 상여는 보통의 상여처럼 상여를 해체하여 보관하지 않고 조립된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10년 전에 답사한 자료, 지금은 장소도 옮겨져 있어

 

답사는 현장을 찾아가 촬영을 하고 주변을 조사하여 기록하여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남은들 상여를 답사한 날자가 200525일이니 만 10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이 남은들 상여가 예산군 덕산면 광천리에 보관되어 있었다. 맞배지붕으로 지은 크지 않은 전각을 짓고 그 안에 상여를 그대로 보관해 놓았었다.

 

 

 

당시 남은들 상여를 답사할 때는 이 상여를 보관해 놓은 전각이 굳게 닫혀있고, 마을에 수소문을 해보아도 상여막을 열수 있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전각 외부에 난 살창 안으로 겨우 상여 두 세장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 뿐이었다. 답사를 하다보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이렇게 사진 한 두 장이 고작인 자료들이 상당히 많다.

기록으로 미루어 남은들 상여의 제작은 1840년과, 고종이 탄생한 1852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525일 찾아간 상여막 안에 있는 남은들 상여는 비록 오래되어 그 채색은 다 빛이 바랬다고 하지만, 긴 멜대를 중심으로 한 기본틀 위에 관을 싣는 몸체를 조성하고 맨 위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넓은 천을 펼쳤다. 몸체에는 봉황, 용무늬 등이 새겨지고 색색의 띠와 술을 늘어뜨려 화려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자리까지 옮긴 남은들 상여

 

남은들 상여는 왕실 상여의 제작을 담당하던 <귀후서>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상여 자체의 가치보다도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상여라는 점에서 유물로서 가치가 더 큰 남은들 상여이다. 각 부의 조각수법도 당시의 조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며, 다른 작품에 비하여 어느 정도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이 남은들 상여자료를 정리하다가, 문화재청 자료를 찾아보니 소재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1-57번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되어있다. 예산군 덕산면에 있던 상여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일까? 오랜 시간 전국을 다니면서 문화재답사를 하다가보면, 가끔 이렇게 자리를 옮겨놓은 문화재들이 생기게 된다.

 

수많은 문화재를 밤새 정리를 하다 보니 이런 소중한 자료들이 답사를 한 자료 중에 들어있다. 자료가 많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소중한 많은 자료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렇게 소중한 자료를 손실이 되지 않도록 외장하드에 담아 보관하는 일에서 찾아내는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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