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피서를 떠난다고 하지만 막상 가볍게 길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을 며칠 나들이를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지만 오고가는 길이 꽉 막혀 피서를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멀리가지 않고 수원인근에서 피서를 즐기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수원을 벗어나 하루 동안 시원한 숲과 계곡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런 곳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런 곳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이다. 누구나 그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한다. 더욱 경비도 많이 필요 없다. 그저 주유비와 식사비 정도 들여 피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 천년전통사찰을 찾아가면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굳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숲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과 계곡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수원에서 불과 한 시간 30분 정도에 있는 곳이다.

 

전통사찰은 대개 산 속에 자리하고 있거나 평지에 있다고 해도 산을 기고 있기 마련이다. 어느 곳을 가던지 숲이 있고 물이 있다. 계곡이 없다면 주변에 있는 물가를 찾아가면 된다. 아침에 수원을 출발하면 오고가는 길에 맛있는 음식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 아닌가? 경비를 줄여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천년고찰 양평 사나사 계곡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304에 소재한 사나사. 양평 용문산 계곡을 끼고 자리한 천년고찰인 사나사는 많은 수난을 당했다. 신라 경명왕 7년인 923년에 고승 대경대사가 제자 용문과 함께 창건한 후, 5층 석탑과 노사나불상을 조성하여 봉안하고 절 이름을 사나사로 하였다고 전한다. 사나사는 조선조 선조 25년인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선조 41년인 1608년에 단월 한방손이 재건하였다.

 

영조 51년인 1773년에는 양평군내 유지들이 뜻을 모아 당산계를 조직하고 향답을 사찰에 시주하여, 불량답을 마련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경내에 비를 세웠다. 순종 원년인 1907년에는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의병들의 근거지라 하여 사찰을 모두 불태웠다. 그 뒤 1909년에 계헌이 큰방 15칸을 복구하였으며, 1937년에 주지 맹현우 화상이 큰방과 조사전 등을 지었다. 그러나 1950년에 일어난 6.25사변으로 인해 또 한 번 사나사는 전소가 되었다. 1956년에 주지 김두준과 함문성이 협력하여 대웅전, 산신각, 큰 방을 재건하고 함씨각을 지었다.

 

사나사 계곡은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에 소재하며 폭이 넓고 물이 깨끗하며 수량이 풍부한 계곡으로 용문산에 위치한다. 사나사 계곡에 백운봉에서 흐르는 물이 절 옆으로 흐르기 때문에 쉼터와 맑은 물, 숲이 한데 어우러져 수원인근에서 찾아가기가 편하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피서지로 추천한다.

 

 

숲이 아름다운 곳 안산 대부도 쌍계사

 

흔히 쌍계사하면 하동 쌍계사를 떠올리지만, 그 외에 여러 곳에 쌍계사라는 사명을 가진 사찰들이 있다. 안산시 대부북동 1058에 소재한 쌍계사는 1660년 경 취촉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다섯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물이 나와 이 절을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안산시 대부북동 1058에 소재한 쌍계사, 사찰에 보관된 <정수암성조기(淨水庵成造記)>에 의하면 1689년 죽헌비구가 정수암을 중창하여 없어진 후, 1745년 그 자리에 다시 사찰을 세워 1750년부터 쌍계사라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찰 내에서 만력4(萬曆四年 : 1576)에 제작된 기와가 발견되어, 16세기 후반부터 이 지역에 사찰이 운영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연일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내리고 온열환자들이 사고를 당한다고 하는 날 찾아간 안산 대부도 쌍계사.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절의 모습에 눈이 크게 떠진다. 그동안 보지 못하던 전각이 세 채나 새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새로 지은 명부전과 용왕각, 극락보전, 삼성각을 둘러 전통사찰 자연학습장이라 쓴 숲으로 들어선다. 우거진 송림사이로 작은 오솔길 하나가 보인다. 곳곳에 인생살이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아 걸려있다. 그 길을 읽으면서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폭염이라는데 숲속 오솔길엔 그래도 시원한 바람 한 점 스치고 지나간다.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숏타니파타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런 글귀 하나를 오솔길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난 이 폭염이라는 무더위를 이렇게 조용한 사찰을 찾아 그곳의 바람으로 무더위를 식힌다. 쌍계사는 물이 없지만 대부도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에 바닷가로 난 산책로를 걸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장 오랜 은행나무가 서 있는 양평 용문사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625에 소재한 용문사.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인 913년에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또 다른 일설에는 경순왕(927~935재위)이 친히 행차하여 창사 하였다고도 한다. 이런 연대로 보면 은행나무는 용문사 창건 당시에 심었음을 알 수 있으며, 신덕왕 때 창건했다는 설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용문사는 고려 우왕 4년인 1378에 지천대사가 개풍 경천사의 대장경을 옮겨 봉안하였고,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에 조안화상이 중창하였다. 조선조 세종 29년인 1447년에는 수양대군이 모후 소헌왕후 심씨를 위하여 보전을 다시 지었고, 세조 3년인 1457에는 왕명으로 중수하였다. 성종 11년인 1480년에 처안스님이 중수한 뒤 고종 30년인 1893년에 봉성 대사가 중창하였으나, 순종원년인 1907년에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자 일본군이 불태웠다.

 

1909년 취운스님이 큰방을 중건한 뒤, 1938년 태욱스님이 대웅전, 어실각, 노전, 칠성각, 기념각, 요사등을 중건하였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지장전, 관음전, 요사채, 일주문, 다원 등을 새로 중건하고 불사리탑, 미륵불을 조성하였다. 경내에는 권근이 지은 보물 제531호 정지국사부도 및 비와, 지방유형문화재 제172호 금동관음보살좌상,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산에 자리하고 있는 용문사는 절을 두고 잠시만 숲으로 길을 들어서면 시원한 물이 흐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는 숲길도 일품이지만 무더운 여름철 찾아들어간 곳에서 만나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면 폐부 속까지 시원함을 느낀다. 인근에는 용계계곡 등 맑은 물과 숲이 어우러지는 곳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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