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삼색, 최연숙, 최자영, 윤주은의 시화전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세 명의 미인과 마주 앉았다. 삼인삼색의 시인들이다. 시인이라는 분들이 워낙 개성이 독특하다보니, 조금은 버거울 듯도 하다. 그래도 어찌하랴, 마음 단단히 먹고 부딪혀 보는 수밖에. 119일 저녁에 전시장에서 만난 최연숙(, 56, 수원시 영화동), 최자영(51, , 수원시 정자동), 윤주은(, 41세 수원시 세류동) 세 명의 여류시인이다.

 

이들은 각각 독특한 스타일의 시를 쓴다. 최연숙 시인은 원래 수필로 등단을 했. 최연숙은 2005년에, 촤자영은 2004년에, 그리고 막내인 윤주은은 2002년에 등단을 했다. 나이순이 아닌 역순으로 등단을 한 셈이다. 이들이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3-2 ‘그림이 있는 공간 크로키에서 삼인삼색의 시화전을 연 것이다.

 

좌로부터 윤주은, 최자영, 최연숙 시인

 

시로 안주를 삼아 술을 마신다고

 

참 세상은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한 시인이 이야기를 한다. 술안주 중에 가장 좋은 안주는 바로 ()’라는 것이다. 시를 쓰시는 분들이야 그런 말에 대뜸 환한 미소를 짓겠지만, 시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도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야 겨우 그 말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아직도 그 깊은 속내는 알 수가 없다. 그저 같은 시를 쓰는 분들끼리, 타인의 시를 갖고 시평을 하면서 술을 마신다고 설명을 한다. 그런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런 말귀라도 얻어 들었으니, 그보다 큰 공부는 없을 듯하다. 이 세 시인들을 동시에 함께 취재를 한다는 것이 참 힘도 든다. 우선은 시를 모르는 인사니 말이다.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그림이 있는 공간 크로키 

 

시는 나를 내려놓는 것’, 최연숙 시인

 

끊임없이 내려앉는 느티나무 잎 사이로

닭 울음소리 길게 퍼지고 순한 개가

기다림도 없이 앉아있다

간간이 서너 집씩 모여 살아도 산중에는

골마다 이름이 있어

느티나무골

쌀밥보다 비싼 보리밥을 먹겠다고

여자랑 남자랑 느티나무 밑에서

낙엽을 맞으며 나물보리밥 비비는데

오는 사람마다 밥상 차려주는 시인은

떨어지는 느티 잎으로 시인은

가을 해를 비빈다(이하 하략)

 

밥차리미 시인의 가을이란 최연숙 시인의 시이다. 최연숙 시인은 시가 무엇이냐고 묻자 내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가슴에 차고 넘치는 것을 시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수필은 소재를 찾아가지만, 시는 스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삶을 살다가 보면 말을 하라고 시가 시킨다는 것. 그것을 글자로 풀어 놓은 것이 바로 시라고 설명을 한다.

 

시는 삶의 이야기라는 최자영 시인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는

시작되기 전에 끝났고

끝나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사람들 귀를 기울이고

당신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살다가

이야기 속으로 떠난 사람

특별한 이야기 찾아 헤매는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

옛날부터 이야기가 있었다.

 

최자영 시인의 이야기1’이라는 시이다. 어쩌면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이야기인줄도 모르겠다. 시인은 시는 삶의 이야기라고 표현을 했다. 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글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 최자영 시인은 스스로 어려움이 닥치면 시를 써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점점 어렵다.

 

시는 삶의 기록이자 치유의 방법이라는 윤주은 시인

 

한 때 면도칼 좀 씹었다는 그녀와의

키스는 아슬아슬하다

혀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고

아직도 비처 빠지지 않은 채

깊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면도칼 조각을 찾으며

아니 피하며

그녀의 혀 위를 산책한다.(하략)

 

윤주은 시인의 입안의 칼이라는 시 한 부분이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등단은 가장 먼저였다. 윤주은 시인은 시가 무엇이냐고 묻자, ‘시는 삶의 기록이자 치유의 방법이라고 대답을 한다. 참 어렵다. 시는 쓰는 시인과 보는 독자가 모두 마음의 아픔을 치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풀이- 문을 연 것이 시작이고 문을 닫는 시간이 끝이었다 

 

한 달간 준비한 시화전

 

삼인삼색(三人三色), 참 난해하다. 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질문과 대답이 서로 선문답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닮았다. 세 여인 모두가 시인이고 시를 쓰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시를 사랑하기에 시를 쓰고,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시를 쓴다. 그런 마음속에 돌아다니던 글자들이 조합이 되어, 아름다운 시 한편으로 태어난단다.

 

시는 아픔을 치유를 합니다. 시를 쓴다고 하면서 나와 남을 치유할 수 없으면 시인이 아닙니다.” 당당한 말에 수긍을 한다. 그래서 나는 자책한다. 시인이 못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 달간 준비하여 마련했다는 시화전. 크로키를 찾아가 시인들과 시를 논해보고, 시 한 수로 안주로 삼아 날밤을 새워봄은 어떨지.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