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인조 때의 문신 신흠은 <상촌고>에 남긴 오언율시에서 송편을 유두절 음식으로 노래하고 있다.

유월이라 유두일 좋은 명절에(佳節流頭日)

황촌으로 내쫓긴 신하로구나(荒村放逐臣)

수단을 먹는 것은 토속을 따르고(水團遵土俗)

송편 빚어 이웃집에 선사하누나(松餠餽鄕鄰)

 

손으로 빚어서 만드는 떡. ‘이란 ()’이라고 표현을 한다. 나눔이기 때문에 정이라는 것이다. 과거 우리네들은 떡을 해서 이웃과 함께 온 동네가 나누어 먹었다. 그런 나눔의 정을 잊을 수가 없어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60(신풍동)에 소재한 수재떡 전문점 여미에서 만난 이순덕씨.

 

떡은 과거 나눔의 표상이죠. 우리네들은 집안에 잔치가 있거나 모든 경사가 있을 때 시루떡을 정성스럽게 쪄서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나눔의 정을 잊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나눔의 정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서 떡을 만들기 시작했죠. 물론 떡집에서 떡을 해도 나눔은 마찬가지겠지만, 수제로 만든 떡은 그 안에 정성과 정이 함께 들어있어요.”

 

 

입안에 정이 남아 있어.”

 

수제 전문 떡집 여미’. 여미(餘味)‘염치의 방언으로 음식을 먹은 뒤에 입안에 남아 있는 맛을 말한다. 우리는 늘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그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 느낌을 제대로 느끼게 만들기 위해 수제떡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 추석을 맞이해 조상님들께 제대로 만든 손맛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현재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 전통주와 전통음식 등을 강의하고 있어요. 궁중음식이나 발효음식, 수제떡 전문가들이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든 떡을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죠. 떡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모두가 나누어 먹는 음식이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석 연후가 끝나갈 무렵인 10일 오후. 지난해 생태교통 수원2013’을 이끌어 낸 행궁동 화서문로 수제떡집 여미에서 만난 이순덕씨는 우리 떡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단다. 시종일관 떡 자랑이다, 수제떡집 여미 점포 안에는 많은 떡이 보이지 않는다. 벽에는 각종 경연대회 등에서 수상을 한 상장만 즐비하게 붙어있다.

 

이번 추석에 많은 분들이 주문을 해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정말 쉬지도 못하고 떡을 만들었죠. 저희들은 기계로 만드는 떡이 아니기 때문에 세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일을 했어요. 점포 안에 모든 떡은 다 팔렸어요. 그리고 저희들의 떡은 오래가지가 않아서 많이 만들어 놓을 수가 없어요.”

 

 

정조의 마음을 알기에 행궁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순덕씨가 우리 수제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라고 한다. 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정을 나누기 위해서라는 것. 벽에 즐비한 상장은 그동안 이순덕씨가 얼마나 우리 떡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밤낮으로 쉬지를 못했어요. 어떻게 해야 맛있는 떡을 만들 수 있나? 어떻게 해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조상님들이 즐겨 드시던 떡을 만들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떡을 만들다보니 정말 쉴 틈이 없었죠.”

 

그런 노력의 결실이 벽에 걸려있다. 20135월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라이브 부분과 전시부분 금상, 20135월 국제요리 경연대회 전통주 부분 경기도지사상 수상, 10월 전주비빔밥축제 전국요리경연대회 전라북도 도지사상 수상, 20144월 한국음식관광박람회 궁중음식부분 국무총리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정조대왕이 부친을 뵈러 화성 행궁으로 능행을 할 때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어머니에게 각색 송병을 대접한 기록이 있어요. 여기에는 특이하게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표고버섯과 석이까지 소로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죠. 제가 행궁동에 자리를 튼 것은 이곳에 화성 행궁이 있기 때문입니다

 

5일이나 되는 추석연휴 끝날 만난 수제떡을 만든다는 이순덕씨. 떡 이야기만 나누어도 떡 맛이 솔솔 풍긴다. 정조대왕의 마음을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행궁동에 자릴 틀었다고 하는 수제떡집 여미의 대표 이순덕씨. 날을 잡아 정이 넘친다는 그 맛을 꼭 한 번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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