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품고 사는 배롱나무 가능한 일일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1332번지 신흥사에 가면 기형목(奇形木)이란 기이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삼척시 제51호 보호수로 지정이 된 나무인데, 수령이 200년 정도라고 한다. 단지 수령 200년 정도 된 나무가 무엇이 그리 기이하기에 호들갑을 떠느냐고 핀잔을 주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내막을 알고 보면 누구나 수긍이 갈 것이라고 본다.
태백산 신흥사는 신라 때의 고찰이다. 신라 제51대 진성여왕 3년에 범일국사께서 창건을 하였다고 하니, 벌써 2천년이나 된 고찰이다. 그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영담선사께서 중건한 후 몇 차례 중수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개산 자락에 자리한 신흥사
태백산의 대표적 사찰 가운데 하나로 조선시대에도 사격이 이어져 규모 있는 사찰로 유지되었는데, 요사인 심검당과 설선당은 중요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신흥사가 자리한 곳은 태백산의 줄기가 뻗어 내린 곳으로, 안개산(707m)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지명은 국립지리원에서 발간한 지도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근덕면과 노곡면의 경계에 걸쳐 있는 신흥사는, 안개산이 거의 끝나는 곳에 자리하여 사역이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산사의 정취가 듬뿍 배어있는 절집으로 아름드리나무가 주변에 가득하다.
스님은 이것저것 하나라도 챙겨주신다. 책이며 달력이며 하나하나 주시다가 그것도 부족했는지 스님이 드실 고구마까지 주신다. 산사 살림살이를 아는 나로서는 그러한 스님의 마음씀씀이에 오히려 죄스럽기만 하다. 절집 여기저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으려니, 스님은 보호수가 참 대단한 나무라고 알려주신다.
배롱나무가 소나무를 품었다
나무를 찬찬히 살펴본다. 아무리 보아도 그 해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배롱나무에서 소나무가 자란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린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나무가 생육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해보아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무의 형태를 보면 배롱나무 위에 소나무가 얹혀있는 형태다. 아래는 배롱나무인데 그 중간에서 소나무 줄기가 솟아나 자라고 있다.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이것이 이 절집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더불어 사는 삶, 어떠한 어려운 난관이 닥친다 하더라도, 아무리 고통스런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서로가 더불어 삶을 살수만 있다면 이렇게 기이한 모습으로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아마 세상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나무인 것 같다. 빗속에 길을 나서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몇 번인가 배롱나무 주위를 돌면서 마음으로 다짐을 한다.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