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장존동 산 60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설화산 오봉사. 절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너무 조촐해 보아는 이 곳은 마곡사의 말사이다. 그저 오봉사라는 명칭보다는 오봉암이라고 해야 어울릴 듯한 사찰이다. 현재는 대웅전과 요사, 그리고 가건물로 지은 공양간 건물이 다이지만, 상당한 역사를 지닌 절이라고 한다.

2월 13일 일요일. 버스가 오르기도 버거운 딜을 올라 오봉사에 도착을 했다. 오봉사 앞 마당에는 고려 때의 석탑으로 보이는 삼층 석탑 한기가 있다. 오봉사가 자리하고 있는 설화산은 온양 온천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설화산이라는 명칭보다는 오봉산이라고 즐겨 부른다. 이 오봉사에는 보기에도 험상궂은 개 두 마리가 살고있다. 절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녀석들을 보면, 겁이라도 덜컥 먹을 것 같은 모습이다. 

아산 설화산 오봉사에서 만나 호피무늬견 두 마리

호피무늬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 '호구'

우리는 흔히 누렁이를 '황구', 흰개를 '백구'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늬가 흡사 호랑이처럼 얼룩덜룩한 이 개는 호피무늬견, 혹은 호구라고 부른다. 진돗개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두 녀석은 묶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설화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닌다. 


눈밭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개라기 보다는 늑대와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보는 분들은 겁을 먹기도 하지만, 이녀석들 관심도 없다.


표정을 보면 웬만한 개들은 미리 겁부터 먹고 꼬리를 감출 것만 같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찰 안에 가득차 소음이 일어도 두 녀석이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서인가? 불러보아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참을 산 속을 돌아다니던 녀석들이 절로 내려온다. 두 녀석이 앞서거니 뒤거서니 하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으젓하게 폼을 잡는다. 그러고보면 오봉사를 찾은 사람들에게 꽤나 많이 포즈를 잡아주었나 보다.




'어이 이쪽으로 고개좀 돌려봐'
'거 왜 자구 귀찮게 그래 쫒아다니면서. 그리고 나 이름있어, 어이가 머여'
'얼굴 사진하나 찍자고'
'아자씨, 얼굴 찍지마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아니 그게 아니고, 멋있잖아 모델 한 번 해주라고'
'모델료는 좀 낼꺼야. 딱 보니 사진만 신나게 찍고 사라질 것 같은데'

두 녀석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것일까? 제법 얼굴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보았자다 녀석들아.


절을 찾아온 분이 이 녀석들을 불러 배를 문질러주자 좋다고 낑낑댄다. 그저 아무리 인상이 험한 녀석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순둥이다. 절집에서 자라는 녀석들은 대개 풀어놓고 지내게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위협적이지가 않다. 이 녀석들 생긴 것 하고는 영 딴판으로 순둥이다.


'아자씨 얼른 찍어 눈 위에서 이게 머여, 배시럽게'
'알았어 잠깐만 참아 이왕이면 이쪽으로 고개좀 돌리지 그래'
'그건 안되지'
'녀석 깐깐하기는'
'이봐요 아자씨 그래도 내가 호구라는거 아녀'

두 녀석과 친해지기 시작하는데 버스가 떠난다고 재촉이다. 다음에 오봉사를 찾을 때는 녀석들이 좋아하는 뼈다귀라도 들고 가보아야겠다. 더 좋은 포즈를 취해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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