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유적도 소중한 문화재라는 사실 인식해야

 

문화재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마치 문화재는 그저 한 곳에 영원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무지(無知)’라는 생각이다. 문화재는 각종 주변의 문제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수원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수원 화성을 자랑만 할 줄 알았지 정작 그 문화재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문화재 중에는 국가에서 지정하는 사적이나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중요민속문화재 등이 있고 광역지자체에서 지정하는 유형문화재나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 등이 있다. 하지만 그 과중은 다르다고 해도 문화재로 지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그 조성 연대나 정확성, 희귀성 등에 따라 차등 지정이 될 뿐이다.

 

국가나 광역지자체에서 지정을 한 문화재 외에도 중요한 것은 지자체에서 향토유적(鄕土遺蹟) 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향토유적은 정확한 조사를 마친 후 지자체나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다. 향토유적 자체가 그 지역의 문화재이기 때문에 그 역시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문화재이다.

 

 

 

수원의 향토유적 보존은 잘 되고 있을까?

 

수원에는 모두 22기의 향토유적이 있다. 그 중 1호는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126(서둔동)에 소재한 항미정이다. 항미정은 서호에 있는 정자로 본래는 화성을 쌓을 때 서호 동북쪽에 세웠는데, 순조 31년인 1831년에 당시 화성유수였던 박기수가 현재의 자리에 건립하였으며 그 뒤 유수 신석희와 관찰사 오익영이 중수 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이 역사적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유무형문화재 중 국가나 광역지자체에서 지정받지 못한 문화재를 향토유적으로 지정해 보존을 하게 된다. 영통구 창룡대로 265(이의동)에 소재한 수원박물관 경내 입구에는 수원시 향토유적 제13호인 동래정씨 약사불이 자리하고 있다. 이 약사불은 바위에 새긴 마애불로 우리 민속문화를 알 수 있는 문화유적이다.

 

동래정씨 약사불은 팔달구 화서동에서 2008년 수원박물관으로 옮겨온 마애불이다. 이 동래정시 마애불은 최근까지 동래정씨 집안 여인들에 의해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에 제의가 이루어졌었다고 한다. 삼존상으로 조성 된 마애불은 본존 여래좌상과 좌우협시 보살입상으로 구성되었으며, 본존상의 머리 뒤쪽에는 원형 두광이 표현되었다.

 

고려 중기 이후에 지방의 장인에 의해 조성된 것을로 보이는 이 마애삼존불은 전체적으로 불상의 몸 부분 곳곳에 채색한 흔적이 남아있다. 동래정씨 마애불은 큼직한 이목구비에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은 원만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생략된 옷주름과 마애불이 좌정하고 있는 앙련과 복련으로 이루어진 연화대좌의 소박한 형태 등이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중요한 문화재이다

 

 

 

문화재에 더 많은 관심 필요해

 

2일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수원박물관에 들려보았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야외에 젖시가 되어있는 동래정씨 약사불의 보존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이다. 본존불이 약사여래불인 이 심존상은 한 개의 돌에 나란히 조성을 한 삼존상으로 본존불 좌우에는 같은 형태의 협시불을 조각하였는데 머리에 쓴 보관으로 보아 관음보살을 새긴 듯하다.

 

한 개의 석재에 이렇게 삼존불을 조성한 것은 보기 드문 예로 이 동래정씨 약사불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이 치성을 드려 삼형제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 약사불은 보호전각을 짓고 수원박물관 입구에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보존불 안면에 새가 똥을 쌌는지 여기저기 흔적이 남아있다.

 

야외에 전시한 문화재의 경우 지연적인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늘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형태로 보존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보존불과 우측협시불의 안면에 남아있는 하얀 분비물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일까? 새들의 분비물은 산성이기 때문에 문화재에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누군가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더럽혀진 문화재의 안면부분을 치우지 않았을까? 하얗게 더렵혀진 동래정씨 약사불을 보면서 앞으로 문화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재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는 한 언제 우리의 곁에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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