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한 것이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네요.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3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에 소재한 정수암(주지 진관스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수암 법당 내에 주불로 모신 약사여래불의 개금을 마치고 점안식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점안식을 마친 후 식후 행사로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인 경기도살풀이와 김원주(, 54)의 행위예술이 펼쳐졌는데, 두 손을 모은 채 행위예술을 관람하고 있던 한 신도(, 김화연)의 이야기이다.

 

정수암은 옛 절터에 세워진 인법당이다. 인법당이란 작은 토굴로 부처님을 모셔놓은 법당과 스님이 묵는 요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 암자를 말한다. 산학리에서도 맨 위쪽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정수암 뒤편으로는 금강산 노인봉이 자리하고 있으며, 절 앞으로 몇 발만 걸어나가도 금강산 봉우리가 보이는 곳으로 강원도 중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인연따라 조상한 약사여래불 개금불사

 

개금장인 불모 원공스님을 모시고 약사여래불 보수를 하려고 했더니 보수를 하기에는 너무 칠이 많이 벗겨져 보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시면서 개금을 해주시겠다는 거예요. 이 정도 크기의 약사여래불을 개금하려면 그 비용이 일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스님께서 개금으로 보시를 하시겠다고 하는 겁니다

 

정수암 진관주지스님은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처음에 이 정수암을 짓고 나서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첫 개금불사를 하신 불모가 바로 원공스님이었다고 한다. 20년 만에 자신이 첫 개금을 한 약사여래불을 만난 원공스님이 불심이 일어 비용을 받지 않고 개금불사를 맡아주었다는 것이다.

 

개금불사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우선 동판으로 조성한 약사여래불의 칠을 모두 벗겨내고 그 위에 옻칠을 한 다음, 그 옻이 다 마르기전에 금판을 한 장씩 붙여나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숙달된 개금공의 경우에는 적은 금판을 이용하지만 그 비용도 수백만원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공스님과 약사여래불의 상호를 그린 불모 여윤구 화공의 일주일이 넘는 작업 끝에 약사여래불의 개금불사가 끝이났다. 불사를 마친 뒤에는 상호를 소지로 가려놓고 오색실을 느려 잡스런 것의 출입을 막는다. 83(7월 초하루)을 맞이하여 10시가 넘은 시간에 속초 보광사의 회주인 석문큰스님을 모시고 점안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피서철에는 텅텅비는 절에 사람들 그득

 

고성군 현내면은 지리적 특성상 피서철이 되면 초하루에는 몇 사람 모이지 않는다. 모두가 피서철이 되면 바닷가인 고성군에는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아들기 때문에 생업에 먼저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내면은 인근에 화진포 등 몇 곳의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운영하는 업소가 피서객들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시예불시간인 10시가 가까워졌는데도 사람들이 모일 기색이 안보인다. 멀리 경기도 여주, 평택, 남양주 등에서 찾아 온 진관스님의 지인들과 속초시에서 달려 온 신도들이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예불시간보다 뒤늦게 땀을 흘리며 찾아온 신도들로 금방 법당 안이 꽉 찼다. 적은 암자인 인법당은 꽉 찼다고 표현해도 20~30명 남짓한 신자들이 자리를 했을 뿐이다.

 

속초 보광사 회주 석문큰스님의 집전으로 점안식이 거행되었다. 1시간에 걸친 점안식을 마친 후 신도들은 법당에 느려놓았던 오색실을 자르기 시작한다. 이 오색실을 몸에 지니면 각종 사악한 기운이 달라붙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춤 공양으로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인 경기도살풀이 이수자인 김규미의 살풀이춤 공연으로 이어졌다.

 

 

부처님의 출생과 마음을 몸으로 표현

 

약사여래는 불교에서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부처(여래)를 말한다. 약사유리광여래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아미타불의 48 서원과 함께 약사여래의 12대 서원이 유명하다. 약사여래의 12대 서원은 1.내 몸과 남의 몸에 광명이 비치게 하려는 원, 2.위덕이 높아져 중생을 깨우치도록 하려는 원, 3.중생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결핍하지 않게 하려는 원, 4.중생으로 하여금 대승의 가르침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원, 5.중생으로 하여금 좋은 일만을 하여 삼취정계를 다 갖추게 하려는 원, 6.불구자의 모든 근이 완전해지게 하려는 원 등 12가지 원을 말한다.

 

살풀이춤 춤 공양에 이어 정수암 법당 입구에 걸린 오색천 중앙에 검은 천이 한 장 깔렸다. 그 위에 웅크리고 엎드린 김원주 행위예술가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온은 33도를 웃돌고 있다. 그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하는데 그 땡볕 아래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천을 눌러놓은 돌을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법당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걷는 일곱 발은 바로 부처님이 탄생할 때 일곱 발을 옮기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선언을 한 것을 뜻한다. 이는 온 세상이 모두 괴로움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는 뜻이다. 그런 부처님의 마음과 정수암 주불로 모신 역사여래불이 모든 이들을 모두 강건하게 만들기 위한 염원을 담고 있는 몸짓이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개금불사 점안식을 마쳤다. 한편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노보살들의 마음을 누가 움직였을까? 그토록 먹먹해질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금강산 정수암의 약사여래불 점안식. 보기 힘든 점안식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한 예술가의 몸짓이 이렇게 마음 깊이 각인되는 현장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올 여름 더위는 저만큼 물러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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