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란 ‘죽은 생명의 원혼이 살아있는 생명에 붙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 드라마 ‘여우누이뎐’인가의 막바지에 빙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듯하다. 나야 원래 드라마하고는 담을 쌓은 사람이니 여우누이뎐이란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빙의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원혼이 붙는 현상이 아니다.

요즈음 들어 빙의현상을 체험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에게 붙은 원귀를 떼어준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빙의와는 달리, 빙의에 접한 사람의 입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귀신들림’ 혹은 ‘귀신접함’이란 형태의 빙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지전춤(기사의 특정사실과는 무관합니다 

한 몸에 두 영혼이 존재할 수 있는가?

우선 빙의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틀린 것은 아니다. 빙의에 걸린 사람은 때로는 본인으로, 때로는 몸에 붙은 귀신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개의 영혼이 어떻게 한 몸에 공존을 하는 것일까? 흔히 ‘귀신 들린 사람’들의 형태를 보면, 때로는 정신이 멀쩡했다가 때로는 미친 것 같아 보인다. 이런 형태를 우리는 흔히 ‘반미치광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왜 빙의가 들린 사람들이 이렇게 반은 자신으로 반은 원혼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일까? 오래도록 굿판을 다니면서 ‘귀신 쫒는 굿’, 흔히 ‘ 귀(逐鬼)굿’ 혹은 ‘축사(逐邪)굿’이라고 하는 굿을 수도 없이 보았다. 엎어놓고 소금을 뿌리고 불로 위협하고, 무검(巫劍)을 갖고 찌르는 시늉을 한다. 그럴 때마다 몸에 붙은 귀신은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이런 형태를 흔히 ‘귀신이 집을 짓는다’라고 이야기 한다.


굿을 할 때는 무격(巫覡 - 여자무당은 巫, 남자무당은 覡이라 표현한다)들과 몸에 붙은 귀신들이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혼만 있는 귀신이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사람을 택해야 하는데, 그것을 바로 집을 짓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빙에 걸린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풀려나지는 않는다.

“제가 저를 바라다보고 있어요”

이런 빙의에 걸린 여자가 굿을 했다. 23살인 여자는 8살짜리 남자 아이가 빙의가 되었다고 한다. 굿판에서 여자는 어린아이 목소리를 내면서 안 나간다고 울고불고 한다. 그러다가 학용품과 옷을 사다주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람을 시켜 가방이며 옷 등을 사다가 주었더니,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물으니, 길에 있다가(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 아이는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마음 좋은 누나가 지나가 길래, 얼른 따라갔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6시간이 넘게 실랑이를 벌리다가 아이가 간다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눈에 보이는 실체는 물론 없다. 하지만 그 순간 여자가 한숨을 토하더니 일어난다. 그리고 제 정신이 돌아왔다. 놀라운 이야기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언제 아이가 몸에 들어온 것 같아요”
“두 달 전인가 직장에 갔다가 집에 오는데 갑자기 몸이 섬뜩했어요. 그때인 것 같아요”
“나이가 있어서 본인이 정신을 차리면 괜찮을 듯도 한데”
“그럴 수가 없어요. 그 아이가 내 몸을 뺐으면 저는 몸에서 쫓겨나요. 그리고 그 아이가 마음대로 하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제가 저를 보고 있어요. 제가 들어가려고 해도 그 아이가 나가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어요”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빙의란 한 사람의 몸을 두 개의 영혼이 공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공유가 자신이 있고, 귀신이 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은 하나를 갖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몸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결국 ‘여우누이뎐’에서도 자식의 병을 고치려고 딴 아이를 죽여 간을 먹은 초옥에게, 죽은 연이의 원혼이 씌었다는 것이다. 결국 초옥이의 몸을 초옥이와 연이가 공유를 했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설정은 초옥이 연이가 되어 구산댁과 모녀사이가 된다고 하지만, 이런 설정의 경우 설득력이 부족하다. 몸의 주인인 초옥이가 없는 연이는 그 몸을 지탱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몸의 주인이 살아있을 때라야 귀신도 그 몸을 함께 공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인 경우와 같이 귀신이 씌었다고 해도, 언제나 연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여우뉴이뎐’이 방영되면서 여러 사람이 빙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오기에, 굿판에서 본 내용을 정리를 해본다. 결국 빙의란 우리가 알고 있듯 의지가 약해 들린다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무속에서 이야기를 하듯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무당이 될 수 있듯, 누구나 빙의에 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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