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304호 진남관. 전남 여수시 군자동 471번지에 소재한 여수 진남관은 조선조 선조 31년인 1598년에 전라좌수영 객사로 건립한 건물이다. 진남관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끈 수군 중심기지로서의 역사성을 간직한 곳이다. 진남관은 지금까지도 숙종 44년인 1718년에 전라좌수사 이제면이 중창한 당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이 진남관은 객사로 역대 임금을 상징한 궐자를 새긴 위폐인 ‘궐패’를 모신 곳이다.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던 장소로, 건물규모가 정면 15칸, 측면 5칸, 건물면적 240평으로 현존하는 지방관아 건물로서는 최대 규모이다.


원형의 기둥이 웅장한 전각

진남관의 평면은 68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었는데, 동·서측 각각 2번째 협칸의 전면 내진주를 이주하여 내진주 앞쪽에 고주로 처리하였다. 이 고주는 곧바로 종보를 받치고 있고 대량은 맞보로 고주에 결구하여 그 위에 퇴보를 걸었다. 전후면의 내진주와 외진주 사이에는 간단한 형태의 퇴량을 결구하였고, 측면에는 2개의 충량을 두어 그 머리는 내부 대량위로 빠져나와 용두로 마감되었다.

기둥은 민흘림 수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위에 짜인 포작은 외부로는 출목 첨차가 있는 2출목의 다포계 수법을 보이고, 내부에서는 출목첨차를 생략하고 살미로만 중첩되게 짜서 익공계 포작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출목에 사용된 첨차에는 화려한 연봉 등의 장식을 가미하였고 특히 정면 어칸 기둥과 우주에는 용머리 장식의 익초공을 사용하였다. 각 주칸에는 1구씩의 화려한 화반을 배열하여 건물의 입면공간을 살려주고 있으며, 내·외부 및 각 부재에는 당시의 단청문양도 대부분 잘 남아 있다.


또한 건물 내부공간을 크게 하기 위하여 건물 양측의 기둥인 고주를 뒤로 옮기는 수법을 사용하여 공간의 효율성을 살리고,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건실한 부재를 사용하여 건물의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다. 건물의 양측면에는 2개의 충량(측면보)을 걸어 매우 안정된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등 18세기 초에 건립된 건물이지만 당시의 역사적 의의와 함께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전문적인 설명이 아니라고 해도 진남관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단청이 벗겨진 그대로 놓아둔 처마 등은 오히려 예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진남관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곳이 바로 전라좌수영의 본영이 있던 곳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그 웅장함이라니. 진남관은 원래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임진왜란 뒤인 선조 32년(1599)에 삼도통제사 이시언이 이 자리에 마련하였다. 숙종 42년(1716)에 소실된 것을 수사 이제면이 재건하였고, 그 후에는 여러 번 중수를 하였으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찬찬히 돌아보면 이 진남관의 건축술이 얼마나 정교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그 조각 하나에서부터 기둥과 마루의 짜 맞춤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그저 돌아만 보아도 그 위용이 저절로 느껴진다. 우리는 가끔 같은 문화재인데 왜 국보며, 보물, 혹은 문화재자료 등으로 구분을 지을까를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남관을 돌아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가 있다. 국보에는 특별한 것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올 해가 지기 전에 여수 진남관을 찾아 국보의 참다움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낯 뜨거운 옛 자료

이상은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낯이 뜨겁다. 당시는 그저 인터넷이나 자료를 인용해 글을 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처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때 썼던 글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열정을 갖고 문화재 답사를 하고 글을 썼던 때였다. 정말 날밤을 새우면서 글 하나를 쓰고는 했다.

물론 문화재 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보다 월등히 전문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생명이 없는 글이란 생각이다. 말없이 버티고 있는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내 일이란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그 때는 왜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두고두고 낯부끄러운 일인데. 오늘 이 글을 다시 올리면서 생각을 한다. 생명이 없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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