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에는 윤씨 일가가 집단으로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살던 마을이다. 이곳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를 비롯하여 윤일선 가옥, 윤승구 가옥, 윤제형 가옥 등이 남아 있다.

 

이중 윤일선, 윤승구, 윤제형 가옥은 하나의 커다란 솟을대문을 통해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공동으로 이용하는 솟을대문을 통해, 마을로 출입을 하게 꾸며진 곳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살아'

 


이 중에서 공동 솟을대문을 통해 들어가면 제일 끝에 있는 집이 윤제형 가옥이며, 네 채의 윤씨 고택 중 유일하게 사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집이다. 윤제형 고택은 1900년경 윤제선이 건립한 한옥으로, 현재 충남 민속문화재 제13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이 집은  ㄱ자 형의안채와 ㄴ자 형의 사랑채가 어우러져, 튼 ㅁ자 형의 평면구조로 중부지방 주택의 특징을잘 보여준다.

 

집을 촬영하고 있는데 마을 분인 듯 어르신 한 분이, 무엇을 그리 열심히 찍느냐고 물어 보신다. 신문에 소개를 하려고 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사는 법이여. 이렇게 좋은 집들이 많은데 그 집만 사람이 살아. 여기저기 물건을 늘어놓아도, 사람이 살면 집도 숨을 쉬지. 저렇게 좋은 집들도 비워 놓으면 온기를 잃어서 결국엔 폐허가 되는 법인데..."

 

혀를 차시고 가시는 어르신의 말씀대로 사람이 살고 있는 윤제형 가옥은 온기가 느껴지지만, 굳게 문이 닫힌 딴 가옥들은 무엇인가 찬바람이 이는 듯하다.

 


잡석 기단 위에 올린 사랑채. 사랑채의 창호가 재미있다.

잡석 기단위에 세운 사랑채, 소재도 빈약해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랑채는 대문을 사이로 문간채와 구분하고 있다. 사랑채는 막돌로 기단을 쌓고, 전면 왼쪽 세 칸에는 툇마루를 두었다. 툇마루가 끝나는 담장과 이어지는 곳에는 일각문을 두어 안으로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에는 또 하나의 안담을 치고 그곳에도 일각문을 두어, 안채의 출입을 제한했다.

 

사랑채는 네모난 기둥을 썼는데, 소재가 모두 가늘고 사이가 넓어, 전체적으로 사랑채의 구성이 빈약해 보인다. 사랑채의 앞으로는 지금도 밭이 있어 전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채에서 재미있는 것은 대문과 잇닿은 방서부터 방문을 낸 것이 칸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창호를 하나를 내고, 가운데는 두 개, 그리고 세 칸 째는 네 개의 창호를 사용했다.     

 


사랑채와 대문을 사이에 두고 꾸민 행랑채. 사랑채의 뒷벽이 돌출이 되아 ㄱ 자형으로 구성하였다.


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헛간과 광, 그리고 방을 들인 행랑채가 있다. 행랑방은 한 칸으로 되어 있으며 헛간과 광보다 측면이 반 칸이 좁다. 안으로 들어가면 사랑채가 정면 세 칸에 측면이 두 칸이나 되는 ㅁ자로 꾸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랑채와 행랑채를 합해 ㄴ자 형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안채의 끝을 활용한 가옥

 

윤제형가옥의 안채는 ㄱ자 집이다. 사랑채와 튼 ㅁ자로 마주하고 있는 안채는 ㄱ자로 꺾어지는 넓은 툇마루를 두어 방을 연결하고 있다. 안채를 바라보면서 맨 우측 끝에 있는 방을 높임 툇마루를 놓고 그 아래 한데 아궁이를 두었다. 툇마루의 끝에는 난간을 둘렀다. 이 방은 난간을 두른 것으로 보아 별당이나 누정의 용도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안채의 끝에 높임마루를 놓고 , 측면 앞으로는 넓은 툇마루를 놓았다. 높임마루 앞에는 난간을 둘러 누정으로 삼았다.

측면으로 돌아가면 방문 앞에 넓은 툇마루를 놓았는데, 양 벽을 바람벽과 벽장으로 막아 아늑하게 만들었다. 측면 방문의 위에는 '송죽헌(松竹軒)'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안채의 뒤로 돌아가니 재미있는 것이 있다. 안방 뒤편에 있는 굴뚝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그대로 벽을 타고 올라, 기와를 올린 추녀 안으로 솟았다는 점이다. 고택 답사를 하면서도 쉽게 보지 못한 굴뚝의 처리다.

 


안채 끝방의 측먄 방문 위에 걸린 송죽헌이라고 쓴 현판



안채 뒤편의 굴뚝은 지붕 끝 밖으로 나가지 않고 벽을 타고 올라 처마 안으로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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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채와 별채

 

헛간채는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일각문을 지나 서 있다. 나무 판자문을 달은 헛간채는 네 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헛간채는 사랑채와 안채와 이루는 ㅁ자형 구획 바깥에 서 있다. 안채와 행랑채의 사이로 보이는 또 하나의 건물은 별채로 보인다. 가운데 두 칸으로 된 방을 드리고,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다. 이 별채는 바깥 담장 모서리에 붙여지었다.

 

사람이 살고 있어 조심스럽게 집안을 다니면서 촬영을 해야만 했던 아산 윤제형 가옥. 마을 어르신의 말씀처럼 사람이 살고 있어야 집이 함께 산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많은 고택을 보고 다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 난해하기는 해도, 그 안에 따스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안채와 행랑채 뒤로는 담방 모서리에 붙인 건물이 있다. 별채인 듯 하다.


외곽 담장 모서리에 놓인 집. 윤제형 가옥의 별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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