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 고성주명인의 정월대보름 음식 나눔

 

백가반(百家飯)’이라는 풍습이 있다. 자신의 성과 다른 타성을 사용하는 사람들, 혹은 100집이나 되는 집을 돌면서 밥을 얻어먹어야 병 치례를 하지 않는다는 우리 고유의 풍속이다. 동국세시기에도 봄을 타서 살빛이 검어지고 야위는 아이는 백가반을 빌어다가 절구에 올라타고 개와 마주앉아, 개에게 한 숟갈 먹인 다음 자기도 한 숟갈 먹으면 다시는 그런 병이 도지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 백가반은 제삿밥을 나누어 먹는 옛 풍속을 답습한 것이라 하였다. 과거에는 정월 열나흘이 되면 오곡밥을 지어 이웃과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 기전지방에서는 보름 전날(일부지방은 보름날) 아이들이 대나무소쿠리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밥과 나물을 빌어 왔다. 이렇게 정월 열나흘에 많은 집의 밥을 먹어야 좋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런 정월 보름을 기해 먹는 백가반은 오곡밥과 많은 나물을 준비한다. 보통 일반가정에서는 아홉 가지의 나물과 오곡(멥쌀·찹쌀··수수·보리)을 넣어 밥을 지은 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렇게 정월 보름에 오곡밥을 짓는 이유는 삼국유사(三國遺事)1 기이(奇異)에 전하고 있다.

 

사금갑조(射琴匣條)에는 신라 21대 소지왕이 경주 남산기슭의 천천정(天泉亭)이라는 정자로 행차하던 중 까마귀가 날아와 봉투 하나를 떨어뜨리고 갔다. 봉투를 열어보니 "금갑을 활로 쏘라"고 적혀있었다. 왕이 궐로 돌아와 글대로 금갑을 쏘니 금갑 안에서 왕비와 역모를 꾀하고 있던 신하를 발견한 것이다. 소지왕은 까마귀를 만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까마귀 제삿날(오기일)로 정하고 오곡밥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 오곡밥을 지어먹게 된 유래라고 한다.

 

 

매년 오곡밥을 짓고 나물 무쳐 이웃과 나눠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지면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는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명인이다. 고성주명인은 매해마다 오곡밥과 나물을 준비해 이웃과 나누고 있다. 2017년에는 200명분, 2018년에는 150명분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두 배로 늘린 300명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많은 분들이 힘들다고 하네요. 마을어르신들도 집 앞을 지나면서 오곡밥을 드시러 오신다고 하는데 올해는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아, 와서 드시고 가시는 것은 좋은데 싸드릴 수는 없다고 했어요. 내일 오곡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 중에 다문화가정 동남아사람들도 상당히 많아 온다고 해서요

 

17일 아침부터 세 명이 대보름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가 고성주 명인이 말한다. 올해 300명분의 음식을 준비한 것은, 그만큼 경제도 어렵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루 종일 준비한 대보름 나물을 평상에 늘어놓으니 평상 한 가득 대보름 나물이 가득하다.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고성주명인의 오곡밥은 딴 집의 오곡밥과는 맛이 다르다. 우리 전통방식인 시루에 밥을 쪄내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려도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은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든든히 먹어야 일 년 동안 건강하기 때문이란다. 17일은 대보름 나물을 준비하고 18일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꼭 챙겨서 음식을 골고루 싸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17일 오후 들린 고성주명인의 1층 거실에는 18일 전해줄 오곡밥과 나물, 김치를 담을 용기가 가득 쌓여있다. “올해 상당히 힘들다고 하는데 이 음식을 드시고 모든 분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고성주명인은 이야기한다.

 

세월이 다변화하면서 우리 고유한 전통문화와 풍속 역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가운데도 우리 풍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고성주명인. 기해년 정월 열나흘에 나누는 대보름 나물과 오곡밥을 먹은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건강하고 복된 나날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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