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정수암 아미타여래마애불이 조성되던 날

 

지난 831일 하루 종일 강원도의 날씨가 흐렸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밀려드는 파도가 연신 해안도로로 넘친다. 91일은 음력 8월 초하룻날이다. 이날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에 소재한 금강산 정수암(주지 진관스님)에서는 뜻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바로 새롭게 경내에 조성한 아미타여래마애불과 불이문으로 조성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의 점안식이 거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831일 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나뭇가지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하고 절 경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을 정도이다. 다음날 마애불과 불이문을 조성하고 점안식을 거행한다고 하는데 이런 일기라면 도저히 점안식을 행할 수 없을 것만 같다. 20여일 동안 준비해 온 점안식이 차후로 미워질 것 같은 불길한 마음까지 든다.

 

 

점안식 동안 날씨 쾌청, 소슬바람까지 불어

 

음력 8월 초하루인 91.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일기가 궁금해서이다. 문을 열고 보니 마애불을 조성하는 바위에 벌써 한 사람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오전 1030분에 열릴 점안식을 준비하느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김원주 작가는 벌써 20일 째 정수암에서 기거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제 시간에 점안식을 행할 수 있겠소?”

, 서두르면 가능할 듯합니다. 날씨까지 이렇게 좋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정말 쾌청한 날이네요

오늘 점안식을 한다는 것을 아시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 듯하네요

 

서둘러 마애불의 주변을 정리한다. 아침을 먹고 김원주 작가는 또 다시 마애불에 달라붙는다. 조금이라도 더 마애불을 다듬기 위해서이다. 주지인 진관스님도 걱정스럽게 마애불을 바라보다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만족하다는 뜻이다.

 

불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성으로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불사를 이룬 것은 우리 절이 최초일겁니다. 정말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죠. 아마 비용으로 따져도 수천만 원은 족히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잡아야 할 불사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가 합쳐지고 기일 안에 완성하겠다는 열심까지 더해져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지 진관스님은 처음에는 도저히 제 날짜에 완성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한다. 며칠을 뜨겁게 달아오르는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기도 하고 비가 퍼붓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비옷을 입고 쉬지도 못하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20여일 만에 완성한 아미타여래마애불이다.

 

다리가 아파서 석공을 한 사람 불렀더니 이렇게 깊게 파놓아 얼굴만 부조로 조성하고 남은 부분은 선각으로 하기로 했는데 전체를 부조로 조성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습니다. 불사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저절로 이렇게 조성이 되었네요. 할 때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다 해놓고 나니 정말 기쁘네요

 

김원주 작가는 마음만 갖고 짧은 시간에 마애불과 불이문으로 사용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조성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조성하면서 불사란 마음만 먹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가졌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불사는 부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인 듯하다고 한다.

 

 

점안식 마치자 다시 비 쏟아져

 

마애불 정안식을 마친 후 불이문으로 조성한 정수암 입구에 세운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점안식을 마쳤다. 법당 안에서는 춤꾼 박은하의 살풀이춤이 이어졌다. 박은하는 어려서부터 리틀엔젤스 무용단원으로 활동을 하기도 한 기본기가 짜여진 춤꾼이다. 법당에 모셔진 약사여래부처님 앞에 절을 하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한다.

 

춤태가 다르네요.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우리 주지스님이 오시고 나서 우리 절은 행사를 할 때마다 정말 좋은 분들이 와서 공연을 해주시네요. 지금까지는 이런 문화행사는 꿈도 꾸지 못했어요

 

점안식에 참석한 신도들은 하나같이 절이 달라졌다면서 행복하다고 한다. 아침부터 그렇게 좋던 날씨가 가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산신각 조성을 위해 마련한 바위에 김원주 작가와 장순복 작가 부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림에 비가 들이치지 않게 하려고 천막을 치고 작업을 계속한다.

 

소원 풀었어요. 저 바위가 원래 이 절에서 산신으로 모시던 바위예요. 언젠가 한 여인이 찾아왔는데 자신이 꿈에서 선몽을 한 절을 찾아 강원도로 와서 건봉사와 극락암을 돌아보았지만 자신이 본 절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발길 닿는 곳으로 왔다가 이곳 정수암이 자신이 선몽을 한 절이라는 것을 알고 이곳에 산신탱와와 불기 등을 마련해 주었다고 해요

 

그 여인이 꿈에 선몽을 한 바위가 새롭게 조각으로 산신조성을 하기로 했던 바위라고 하면서 모든 신도들이 그 바위로 산신각을 조성하려고 했는데 원을 풀었다고 한다. 그 역시 우연이 아니라고 하면서 정수암은 금강산 노인봉 아래 자리하고 있는 절로 이 절에 와서 공을 들이면 병이 낫고 아들을 점지한다고 전해진다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절로 조성 될 정수암

 

우리 절은 전통사찰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불이문을 일광보살과 월광보살로 조성을 한 것이죠. 법당에 본존불로 모신 약사여래의 좌우협시불이 바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입니다. 약사여래는 동쪽을 담당하는 부처님이고 아마타여래는 서쪽을 관장하는 부처님입니다. 이번 불사로 인해 우리절이 모든 부처님을 모시게 된 것이죠. 앞으로 우리 정수암은 누구나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치유와 안정을 위해 누구나 찾아와서 편히 쉬면서 차도 마실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꾸밀 생각입니다:

 

정수암 진관 주지스님은 금강산 노인봉 아래 자리하고 있는 정수암은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라고 법문을 편 후 산신각까지 바위에 조성하고 나면 병든 사람들이 찾아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 금강산 정수암. 마음을 빌어 불사를 이룬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진관 스님은 오늘 금강산 정수암 마애불 조성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아미타여래마애부처님의 이름으로 삼도의 괴로움을 여의고 아미타여래마애부처님의 형상을 보는 이는 다 해탈을 얻게 하소서라며 발원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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