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당굿을 배우는 재미 쏠쏠해’
“경기도당굿은 매력이 있어요. 많은 굿중에서 경기도당굿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품위가 있어요. 제가 경기도당굿을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죠.”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550-83에 소재한 ‘애기씨당’이라는 간판을 건 전안에서 만난 최남수(여, 35세)씨. 작은 체구에 귀여움이 가득한 모습이다. 대개 이런 무속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생김새가 조금은 다르다. 전안은 신령들을 안쪽에 모시고, 입구 쪽에서는 손님들을 접대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넓지는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어, 어찌 보면 경기도당굿의 굿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23세부터 찾아 온 신병
“저는 남들처럼 그렇게 심하게 신병을 앓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23세 때부터 이상하게 꿈을 자주 꾸게 되었어요. 눈만 감으면 흰 고깔을 쓴 사람이 보이는데 고깔밑으로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죠.”
그래도 처음에는 그렇게 심하게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은 점점 깊어가고, 술만 먹으면 사람들에게 아는 소리를 해 댔다는 것.
“밤에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술을 먹기 시작했어요. 잠이라도 편하게 자려고요. 그런데 술만 먹으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막 하는 거예요. ‘언니 남편 바람났다’거나 ‘팔 부러지겠다, 조심해라‘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점집을 찾아갔더니 신병이 왔으니 내림굿을 받으라고 했지만, 콧방귀만 뀌고 돌아왔다는 것. 25세가 되던 해는 일본으로 건너갔단다. 제과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1년 반 정도 일본에 가서 살다가 왔는데, 그 이후부터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고.
“일본에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붙고 하혈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어요. 병원에 가면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의사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의사에게 막 퍼붓기도 했어요. 몸이 아픈데 무조건 스트레스라고 하니 사람이 화가 난 것이죠.”
음식을 먹기만 해도 토해내기가 일쑤여서 먹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잠이라도 좀 청하려고 하면 도대체 이상한 것들이 모여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27세가 되던 해부터는 눈만 감으면 방울소리가 들렸다는 것. 내림굿을 받기 전에 여기저기 찾아다녀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29세에 내림굿을 받아
굿을 몇 차례나 했는지 모른단다. 29세가 되던 해 할 수없이 내림굿을 받았다. 당시는 오산에서 살고 있을 때인데, 안산에 있는 무속인을 찾아가 내림굿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에는 결혼을 해서 일가를 이루었다. 지금 생각해도 자신이 내림굿을 받지 않았다면 온전한 삶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지난해부터 이곳 수원 인계동에 자리를 잡고 경기도당굿의 전수를 받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전수생이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선생님 못지않은 도당굿의 무녀가 되려고요.”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당굿은 남자인 화랭이(악사로 지정)와 무녀 두 사람의 보유자가 있다. 남자 악사는 장단과 화랭이 굿인 의뎅이, 그리고 터벌림과 장문잡기 등의 제차를 맡아서 진행을 한다. 여무는 부정, 제석, 군웅 등을 맡아한다. 경기도당굿에서는 군웅굿을 할 때 ‘쌍군웅’이라고 해서 화랭이와 무녀가 함께 군웅상을 돌면서 굿을 진행한다.
“배우면 배우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려고 전안도 이곳에 차렸어요. 열심히 배워야죠.”
길 건너편에는 제석천궁이란 간판을 단 도당굿의 스승인 경기도당굿 이수자 승경숙씨의 전안이 자리를 하고 있다. 아직은 도당굿 판에서 한 거리를 맡아할 수가 없지만, 언젠가는 굿판에서 멋진 굿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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