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지붕 처마 끝에 양철로된 물받이를 만들었다. 요즈음도 시골에 가면 심심찮게 이런 양철로 된 물받이를 볼 수가 있다. 우리 한옥이야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제격이라고 하지만, 그 물이 튀어 오르면 별로 달갑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양철 물받이의 한편에는 대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통을 단다. 그리고 그 위에는 새 주둥이를 만들어 달기도 해서 그 주둥이를 통해 물이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제는 그런 새 주둥이는 볼 수가 없고, 그저 수통만 물받이 끝에 달아 놓는다,

물받이에 오려 붙인 새 한 마리


그런데 참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이 딱 맞을듯하다. 그 물받이 주둥이에 새를 한 마리 오려 올려놓았는데, 그 앞 양철위에 어떻게 풀 한 포기가 자라게 된 것일까?

위로 올라가 보았지만 풀이 자랄만한 환경도 아니다. 그저 지붕에서 씻겨 내려온 척박한 흙 조금이 모였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풀이 자라나고 있을까? 더구나 그 풀이 자라나는 곳이 하필이면 왜 새 주둥이 앞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희안하달 수 밖에.




참으로 절묘한 모습이다. 더구나 그 풀을 바라다보고 있는 양철을 오려 만든 새 한 마리가 미소를 띠우고 있는 것만 같다. 아마 일부러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펄 물받이 위에 오려붙인 새 한 마리와 그 앞에 풀 한 포기. 더운 여름 타는 목을 풀이라도 먹고 추기라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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