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석탑 중에서 가장 특별한 석탑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지리산 대원사에 소재한 보물 제1112호인 ‘대원사 다층석탑’일 것이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소재한 지리산 대원사는, 손꼽히는 참선도량 중 하나로서 지리산의 절경과 잘 어우러진 사찰이다. 경내 사리전 앞에 서 있는 이 다층석탑은, 2단의 기단 위에 8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꼭대기의 머리장식은 일부만 남아있다.

이 탑이 왜 특별한 것인가는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기단부 모서리 기둥 모양을 본 떠 만든 문인상이 네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기단부 사면에는 사천왕상을 새겨 놓았으며, 탑은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석재나 형태 모두가 일반적인 석탑과는 다르다.


어렵게 들어가 본 다층석탑

대원사 다층석탑이 서 있는 곳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그 동안 두어 번 대원사를 찾았지만, 밖에서 탑의 윗부분 밖에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찾아갔던 차라 종무실에 허락을 받고나서야, 잠시 사진만 조용히 찍고 나오겠다는 허락을 받고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 탑은 646년 신라의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세운 높이 6.6m의 탑이다. 석탑 앞에 있는 배례석에는 조선조 정조 8년인 1784년에, 다시 세웠다고 새겨져 있다. 그 후 1989년 해체복원 때에 58과의 부처님 사리와, 사리를 넣는 사리장엄구편이 발견이 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층석탑

그저 밖에서 바라다볼 때는 붉은 색이 감도는 탑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체적인 모습에서 다른 석탑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상상을 초월한 모습이다. 2단의 기단부에 8층의 탑신을 올렸는데, 기단 맨 위 갑석을 일층으로 삼아 전체를 9층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석탑의 경우 짝수로 몸돌을 올리지를 않기 때문이다. 상륜부에는 탑의 높이와 비례가 되는 찰주가 솟아있다. 그 밑으로는 보주와 복발이 남아있다. 전체적인 상륜부는 보존되지 못했다고 해도, 남은 것만으로도 탑의 모습을 한결 신비롭게 만든다.



2단의 주름이 있는 지붕돌은 약간 투박한 듯하며, 각 지붕돌의 처마는 두껍고 네 귀퉁이에서 약간 들려있다. 맨 위 8층 지붕돌에는 금방이라도 맑은 소리를 내며 경내를 잠 깨울 풍탁을 달아놓았다. 현재 달려있는 풍탁은 아마도 후에 달은 것으로 보인다.

기단석 사방 모서리를 받친 문인석,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임진왜란 때에 탑이 파괴가 되자, 정조 8년인 1784년에 다시 세웠다는 대원사 대층석탑. 8층이나 되는 탑은 높지만 전체적으로 체감비율이 뛰어나다. 조각은 웃기단부 사면에 새겨 놓은 사천왕상뿐이다. 이 탑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는 탑에서 서광이 비치고, 향기가 경내에 가득했다고 한다. 또한 마음이 맑은 사람은 근처 연못에 비친 탑의 그림자로 탑 안의 사리를 볼 수 있었다고도 전한다.



이 탑의 기단부 모서리에 세운 문인상은 왜 세운 것일까? 이 문인상이 조선 정조 때에 탑을 새로 고쳐 세울 때, 사방 모서리에 기둥을 대신하여 세웠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다층석탑의 사방 모서리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웃기단부 돌이 일층 몸돌보다 작은 것을 보면, 처음부터 사방에 무엇인가가 몸돌을 받치고 있었다는 뜻이다.

문인상을 사방에 세운 이유도,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모서리의 모습도 다 궁금하다. 외국인들까지도 이 탑의 아름다움에 반해, 출입금지 구역인데도 들어와 열심히 촬영을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석탑 중에서도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는 대원사 다층석탑. 처음으로 전체를 다 볼 수 있었던 다층석탑은, 오랜 시간 눈앞에 아른거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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