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답사는 평탄치가 않다. 특히 산에 문화재가 있는 경우에는 곤욕을 치르기가 일쑤이다. 비가 오고 난 후 부쩍 키가 자라버린 각종 풀이며, 넝쿨들이 길을 가로막기가 일쑤이며, 땀 냄새를 맡은 날파리며 산 모기들이 극성스럽게 달라붙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여름철의 문화재 답사이다.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에는 전남 유형문화재 제144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담양 분향리 석불입상’ 한 기가 자리하고 있다. 길을 지나다가 이정표가 보여 무작정 찾아들어간 곳이다. 그러나 마을 분들에게 물아보아도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시겠다는 대답이다. 마침 어르신 한 분이 지나시다가


“그 돌부처 저 산 위에 있어. 이리로 돌아 올라가“

라고 말씀을 하신다. 마침 알려주신 곳으로 가니 작은 토굴 하나가 있고, 그 앞에 안내판이 걸려있다.

가로막힌 풀을 헤치고 산을 올라

작은 암자처럼 생긴 산 밑 절로 들어갔다. 이곳에 석불입상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런데 대답은 산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있다고 한다. 처음엔 그래도 길처럼 나 있더니, 조금 더 올라가니 대와 풀들로 인해 길이 사라졌다. 아침부터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 곳 역시 남다를 바 없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대밭으로 가로막혀 있다. 그나마 길의 흔적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날파리와 모기떼가 달라붙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것이 여름철 문화재 답사의 가장 큰 고통이다.


대숲으로 들어가 대나무 잎을 헤쳐 가며 산길을 오르다보니 저만큼 석불입상의 윗부분이 보인다. 석불입상 주변은 모두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놓아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연과 스스로 어우러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영 사각으로 발라놓은 시멘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랜 풍상에 훼손이 된 석불입상

이 석불입상은 연화좌대와 불상이 각각 한 개의 돌로 조성이 되어있다. 머리는 소발에 육계는 낮아 거의 민머리 형태이다. 얼굴은 둥글넓적한데 귀는 짧은 편인데 거의 알아보기가 힘들고, 코는 누가 떼어내 시멘으로 발라놓았다. 전체적인 표정은 둔화된 모습이다. 양 눈썹 사이와 코, 입 등은 형식화 되어있으며, 마모가 심해 자세한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다.




이 석불은 2m가 넘는 비교적 큰 불상이다. 전남지방에서는 이렇게 큰 석불입상이 그리 흔하지가 않다. 목에는 삼도가 선명하게 선각되어 있는데 간격이 넓게 표현하였다. 법의는 통견으로 가슴에서 굵은 곡선으로 물결모양을 그리다가, 양쪽 다리 밑으로 내려오면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외곽으로는 한 줄 띠를 돌려 마무리를 하였으며, 양쪽 팔에 걸친 옷자락은 직선으로 길게 늘어뜨려 다리 하단으로 내리뻗어 있다. 팔에 걸린 법의의 소매 끝자락은 약간 밖으로 외반되어 옷 주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발은 길게 늘어진 옷주름에 가린 채 발등만 보인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발밑에 놓인 연화대좌는 8각으로 조성을 하였으며, 16잎의 앙화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 이 석불입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수인이다. 양쪽 손바닥을 안으로 구부려 서로 대치하게 하여 허리춤에 대고 있다. 특히 왼손에는 약병을 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약사여래석불입상으로 볼 수 있다. 뒷면은 머리 부분에서 두발이 보이며 그 외에서는 평평하게 처리하였다.

조성시기가 고려 전기로 추정되는 이 석불입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옷주름 양식이나 수인 등은, 보기 힘든 특이한 기법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석불입상이 조금은 편안하지 않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석불입상의 형태가 뒤로 약간 젖혀져 있어 거만스런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거만한 모습으로 서 계신 것일까?


아마도 손에 든 약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쳤기 때문은 아닌지. 달라붙는 모기들을 쫓아내며 괜히 헛웃음을 날린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혼자 산으로 들로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그런 황당한 생각이 힘든 답사 길을 조금은 가시게 하는 것을.

  1. 이전 댓글 더보기
  2. 그린레이크 2011.06.29 10:50

    요즘 같은 날씨엔 답사 다니기 어렵지요~~
    덕분에 너무도 편안하게 감상 할수 있으니~~
    고맘고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하하하~~약병을 들고 거만하게 서있다는 표현이 넘 웃겨요~~
    설마~~ㅎㅎㅎ

  3. 모르세 2011.06.29 10:56 신고

    항상 건강 유념 하시길 기도 합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4. †마법루시퍼† 2011.06.29 10:59 신고

    여름철 답사길은 땀으로 옷이 젖겠습니다. 편안한 복장으로 산에 오르시죠?...... ^^

  5. 공군 공감 2011.06.29 11:02 신고

    약간 뒤로 기울어 진게 아니라
    몸을 젖히고 계신건가요?
    직접 한 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6. 자 운 영 2011.06.29 11:27 신고

    세월에 많은 흔적들이 보입니다 관리도 해줬음 하는아쉬움이 듭니다..
    오늘처럼 비가 주룩 내려도 세월을 맞이할 불상이네요..

  7. 비바리 2011.06.29 11:43 신고

    훼손은 되었지만 오히려 많은 묵상이 되고 좋군요.
    저는 훼손되어도 이런 모습이 왠지 정감 가고 좋더라구요

  8. 하늘나리 2011.06.29 12:05 신고

    답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약사불이 거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고 열심히 읽었는데....
    아마도 손에도 약병으로 수많은 사람을 고쳤기 때문은 아닐런지는 쫌..^^
    험한 산을 올라 고생하며 올리신 소중한 글, 정말 잘 보았습니다.

  9. 오붓한여인 2011.06.29 13:15 신고

    장마철인데 답사하실때 조심하세요.
    걱정됩니다.

  10. 대한모 황효순 2011.06.29 14:04

    문화재로 지정은 해놓고 항상 저런식으로
    방치를 한다는게 웬지 씁쓸합니다.
    험한길 돌아 댕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11. Shain 2011.06.29 14:52 신고

    많이 마모된 만큼 세월이 흐른 것 같은데 알 길이 없네요
    어느 부처나 코 떼어가는 건 시련인가 봅니다...
    여름 산길에 모기나 벌레들 조심하세요

  12. 왕비 2011.06.29 14:53

    훼손이 된만큼 마음이 아프네요..ㅎㅎ
    장마철 감기 조심하시구
    좋은 하루 보내세요~~

  13. 온누리 2011.06.29 15:06

    순천 살버하우스에 짜장봉사 왔습니다 ㅋ ,,, 600명이나 된다네여 겁나게 덥네요 폰으로 댓글 란에 인사를 ~~~

  14. 영심이~* 2011.06.29 16:01 신고

    힘들게 가셨는데.....
    시멘트로 발라놓은 코는 정말 ㅡㅡ;;;

    언제나 답사길이 쉽지가 않으시네요...정말 고생많으세요..^^;;;

  15. 칼스버그 2011.06.29 17:54

    문화재 답사도 보통 일이 아니군요..
    혼자서 수풀을 헤치고 다니신다니..
    저는 비얌 나올까봐 무서워서 이런 답사는 꿈도 못 꿀 것 같습니다..
    거만한듯 보여도 넉넉함으로 가득한 불상처럼 보여지네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16. 모과 2011.06.29 18:46

    오누리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옵니다. 화이팅 !!

  17. spidey 2011.06.29 19:39 신고

    오.. 좋은 경치구경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18. 아랴 2011.06.29 19:53 신고

    정말 좋은글들 수많은 유적지들 ~ 소개해주셔서 늘 감사해요
    여름답사길 .. 사진으로 볼때는 대나무밭에 흠뻑 취할수 있으나 ..
    막상 답사하시는 그 길은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을 테인데...

    늘 좋은글만읽구 가는것두 오늘은 죄송스럽기까지 ... 또한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름답사길 힘들거 같아요 ~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 ..
    힘내세요 ~건강주의하시구요 ^^

  19. 마이다스의세상 2011.06.29 19:54 신고

    온누리님... 억만년만에... 마이다스가 놀러왔습니다...
    자주 못찾아뵈어 죄송합니다요 ㅠ

  20. 호미사랑 2011.06.29 21:24 신고

    온누리님 수고가 많으시네요
    덕분에 저희들은 고생도 하지않고 문화유산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

  21. 디셈버08 2011.06.30 03:40 신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네요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