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자주하는 나로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놓고 산다. 두 시간 거리 미만일 때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고, 두 시간 이상의 거리는 열차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정한 것은 생리현상(?) 땨문이기도 하다. 버스를 장시간 탔다가 한 번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출장 길은 세 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곳이기 때문에 장연히 열차를 탔다. 마침 새마을 열차이고 옆 자리도 비어있어 아이페드를 꺼내놓고, 블로거님들의 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곁에서 화통을 사람아 먹은 듯한 소리가 난다.


"그러니까 돈 내 놓으란 말야"

처음에는 무슨 일이라도 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거너편에 앉은 사람이 통화를 하는 소리이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돈을 받을 것이 있는지, 연신 엄포성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전화는 쉽게 끝나지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눈쌀을 찌프리면서도 누구하나 말을 하지 않는다. 괜한 불똥이라도 튈 것만 같아서이다. 바로 옆에 있는 나로서는 영 죽을맛이다.

"아저씨 전화좀 조용히 하시죠"
"내일 중으로 안 보내면 알아서 해. 알아서 보내"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통화는 계속된다. 그러더니 한참이나 더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 난 후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아저씨 내가 전화하는데 왜 조용히 하라고 하는 거요"
"너무 시끄럽지 않습니까? 이 기차 혼자 타고 가시는 것도 아닌데"
"시끄러우면 딴 칸으로 가면 되지 않소.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전화거는 자유도 없다는 거요"
"이봐요. 이 열차에 혼자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선생이 전세낸 기차도 아닌데 그렇게 딴 칸으로 가라고 하는 억지를 부려대면 되겠습니까? 좀 조용히 통화해도 될 것을 갖고"
"난 통화를 자유롭게 한 것 뿐인데 자꾸 조용히 하라고 하니까 그러죠"


살면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글 정말로 낯 뜨거워 쓰고싶지도 않다. 도대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아주 가끔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보면 전화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기에 대중교통 안에서 전화를 받게 되면, 내려서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을 하고 바로 전화를 끊는 편이다. 그런데 30분 이상 전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면서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돈을 못받아 화가 난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화통을 삶아 먹은 듯 큰 소리로 통화를 해야만 할까? 기차 안애에서는 그 전화를 거는 동안 두 번이나 안내방송이 나왔다.

'전화벨은 진동으로 놓아주시고 통화는 옆 사람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작게 하시거나 승강장을 이용해 달라'는....

날도 더운데 전화통화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기분 좋게 떠난 출장길이 오히려 더 덥게만 느껴지는 날이다. 이런 통화예절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생활상의 문화라면, 이 나라의 문화는 그저 깡통일 수 밖에는 없단 생각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참 자유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신호나 차선 안 지키기, 함부로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 버리기, 노상방뇨에 남의 이목을 아랑곳 하지 않고 심하게 노출하기, 신성한 종교시설 안에서 고성방가하기, 쓰레기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리기 등등 이 모든 것이 자유가 될 수 있을까? 하기야 본인이 자유라고 한다면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세상 참 자유가 이렇게 편리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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