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점점 버겁다고 한다. ‘날품팔이’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할 것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던 일도 자꾸만 줄어든다고 하니, 정말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계속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으로 인해, 사람들의 가슴마저 차갑게 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주 다가동 중국인거리 앞에는 매일 새벽 5시가 좀 지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여자들이 이곳으로 모이면, 그날 필요한 사람들을 차가 와서 데리고 간다. 인력시장이라는 곳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대개는 9시 정도가 되면,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걸음을 돌린다. 힘없이 돌아서는 발길에서 무거움이 느껴진다.

일감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직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겨울 내내 일을 하지 못 했어”

2월 23일, 9시 40분. 시간이 꽤 되었는데도 딴 때보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이 사간쯤이면 끝까지 일을 기다려보려는 한 두 사람만 남아있고, 대개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일까? 미안한 생각에 이분들에게 말을 붙이기도 편안하지가 않다. 조심스럽게 혼자 떨어져 계신 분에게 말을 건네 본다.

“오늘은 일감이 없으신가 봐요?”
“올 겨울 내내 일을 하지 못했어.”
“시간이 꽤 되었는데 오늘은 많이들 계시네요?”
“그동안 추워서 일들을 나오지 못했으니, 그냥 기다려 보아야지”
“요즘에는 일들이 많지가 않으신가 보죠?”
“이제 농사일이 시작되면 사람들을 필요로 하니까 기다려 보아야지. 뒤늦게라도 혹 모르지”

말을 나누면서도 연신 주변을 돌아보신다. 혹 차라도 와서 서면, 모든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일꾼을 데리러 오는 차가 아닌가 해서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발길을 돌리지를 못한다.

“오늘은 많이들 나가시지를 못했나 봐요?”
“요즈음은 그러네. 일들이 많지 않은가봐”
“요즈음은 며칠이나 나가세요?”
“한 달에 고작해야 5~6일이나 나가나. 많이 가는 사람들은 꽤 많이 나가 그래도”
“그러면 힘드시겠네요?”
“그저 이것저것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지. 올 겨울은 유난히 힘들이 들었다고들 그래”
“얼른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들은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았나봐”

‘우리들은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나봐’ 라는 말에 코끝이 쌩하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났다고 생각을 한 것은 나뿐인지. 아직도 인력시장에 나오는 분들에게는, 그 긴 겨울이 남아있는가 보다. 하루 빨리 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뒤돌아 가시는 발걸음이, 참 무겁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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