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역에서 보이는 수많은 석탑. 그 많은 탑들의 형태는 다 제각각이다. 시대와 지역, 혹은 장인에 따라서도 그 모습이 달라진다. 이렇게 다양한 석탑을 답사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석탑 중에는 조각이 화려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밋밋하면서도 장엄한 것도 있다.

그런가하면 그 크기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작지만 정말로 화려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북 정읍시 은선리에 가면 백제시대의 석탑 양식을 이은, 고려 탑이 한 기 서 있다. 도로에서도 보이는 이 탑은,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 탑곡마을이라는 곳에 자리한다. 뒤편으로는 예전에 석산이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된 듯하다.


‘그 참 묘하게 생긴 탑일세.’

은선리 삼층석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으로 그 형태가 묘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일반적인 석탑처럼 몸돌이나 지붕돌 들이 정형화가 되어있지 않다. 그저 얼핏 보면 여러 개의 돌을 짜 맞추듯 조성을 한 듯하다. 이 은선리 삼층석탑의 높이는 6m 정도가 된다. 단층의 기단 위에 삼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층의 몸돌은 2m가 넘게 높이 서 있고, 이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 삼층석탑은 이층 탑신(몸돌)의 남쪽 면에 두 개의 감실을 새겨 넣었다. 일반적으로 하나씩만 새기는 것이 보편적인데, 감실을 나타내는 문짝을 두 개씩이나 새겼다는 것도, 이 탑이 색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이 은선리 삼층석탑은 지붕돌을 평면으로 처리를 해서, 그것이 지붕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

이 탑은 부여에 있는 정림사지 석탑과 흡사하다. 전체적으로는 모습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 백제탑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물 제167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은선리 삼층석탑.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탑의 형태로, 그 변화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탑이다.

지난 주 찾아간 은선리 삼층석탑. 주변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발길을 미끄럽게 만든다. 탑 주변에는 아무도 들린 사람들이 없는지,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발목까지 빠진다. 눈이 빠진다고 해서 답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이런 날일수록 더 열심을 내야한다는 생각이다.



지대석은 눈 속에 묻혀 정확한 모습을 알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위에 선 기단부는 판석을 세워 양우주를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탑이 약간 변형이 되었는지, 한편은 양우주의 표현이 정확하지가 않다. 아마도 무게 때문에 약간 변형이 된 듯하다. 기단부 위에 놓인 지붕돌은 평평하다. 그냥 넓은 판석을 올려놓은 것만 같다.

두 장씩의 돌로 쌓아 올린 탑

일층 몸돌은 길게 세워져 있다. 중앙에는 두 개의 판석을 붙였음을 알 수 있게 가운데에 금이 선명하다. 그리고 그 위에 올린 지붕돌은 아래를 굽을 만들고, 그 위에는 평평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석탑에서 보이는 처마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층서 부터는 급격히 몸돌이 좁아진다.



지붕돌은 사면에 일자로 금이 가 있는 것으로 보아, 네 장의 판석을 시용한 듯하다. 보기에는 밋밋한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견고한 석탑의 장중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백제 지역의 석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당시 이 지역 석탑의 특징이기도 하다.

수많은 석탑들. 그 다양한 형태를 접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답사가 힘들어진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힘이 부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보면서 각각 그 나름의 특징들을 알아가는 것이 민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공부는 답사를 마치는 날까지, 다 배워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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