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에 유명한 집을 들라고 하면 당연히 운조루일 것이다. 운조루는 이 집의 사랑채에 붙어 있던 현판이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운조루란 명칭으로 부른다. 이 운조루를 다녀 온 것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나가는 도로 좌측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운조루는, 중요민속자료 제8호이며 토지면 오미리에 해당한다.

고택 기행을 하면서 많은 집들을 찾아다녔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것은 처음인 듯하다. 물론 일인당 1,000원을 받기는 하지만, 그 집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일 테고. 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계시는 운조루는, 한 때는 우리나라의 최고 명당에 자리한 집으로 유명했다. 남한 3대 길지 중 한곳이라는 운조루. 금환낙지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은, 조선조 영조 52년인 1776년에 당시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T 자로 구성된 사랑채(위)와 대문채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집

운조루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집이다. 처음 질 때와는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18칸이나 되는 문간채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가운데 솟을대문을 둔 운조루는 좌우로 - 자형으로 길게 대문채와 행랑채가 자리를 한다. 이 대문을 들어서면 T자형으로 마련한 사랑채가 있다. 중문을 들어서면서 좌측이 큰사랑이고, 우측이 작은사랑이 된다.

운조루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집이란 생각이다. 이집을 둘러보면 참으로 사람이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가 있다. 작은 사랑에서 중문을 들어서려면 길이 비탈이 져있다. 혹여 그런 비탈에 사람이라도 다칠까봐, 널빤지를 이용해 비탈을 바로 잡았다. 중문 안을 들어서면 나무로 만든 통이 있다. 통 밑에는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기관을 장치했는데, 이 나무독이 바로 그 유명한 ‘타인능해’이다.



큰사랑의 툇마루와 괴임돌. 작은 사랑에 비탈길을 바로잡는 널판(가운데)와 없는 사람들을 구호하는 쌀독인 타인능해

타인능해는 쌀 두가마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곳에 쌀을 넣어놓고 양식이 없는 사람들이 와서 쌀을 가져가도록 만든 것이다. 나눔의 미학을 이루는 곳 운조루. 민도리집으로 지은 이집은 사랑채와 안채의 지붕이 연이어져 있다.

대문 위에 걸린 호랑이 뼈

운조루의 솟을대문 위에는 호랑이 뼈를 걸어놓았다. 아마 집의 용맹함을 알리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집안에서 태어나는 남자들이 호랑이와 같은 용맹을 떨치기를 바라서 였거나. 큰사랑채는 앞에 놓인 툇마루가 이집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듯, 나무마루를 두텁게 놓고, 마루를 받치고 있는 고임돌도 각이 진 것을 사용하였다. 사랑채 끝에는 개방을 한 누정을 만들어 멋을 더했다.


대문 위에 걸린 호랑이 뼈(위) 와 안채

중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안채는 ㄷ 자형이다, 들어서면서 좌측으로는 광이 있고, 방과 대청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안채의 부엌 쪽은 이층으로 꾸며놓아 멋을 더했다. 수많은 한옥을 찾아다녔지만, 운조루 만큼 멋을 보이는 집은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다락방의 형태로 꾸며진 부엌의 위에도, 난간을 둘러놓아 밋밋함을 피해 멋을 부렸다.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운조루의 건축기법이 색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명당에 집을 지었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 명당도 퇴색이 되는 것일까? 집안의 내력을 들어보면 아픔이 있는 집이다. 큰사랑 뒤편에 있었다는 별당은 사라지고, 이제는 연세가 많은 노마님이 집을 지키고 있다.


광채와 부엌을 모두 이층으로 꾸며 놓았다. 운조루에서 볼 수 있는 멋이다.

한때는 사랑 누정에서 긴 장죽을 물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노심초사했을 이 운조루의 주인은, 이야기로만 남아 전해질 뿐이다. 그러나 이곳을 들리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갈 것이니, 아직도 운조루의 명성은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설보라 2010.11.27 14:05 신고

    광채와 부엌을 이층으로 꾸며 놓은것은 처음봐요~ 한번 가보고 싶네요!
    타인능해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매번 귀한 것 보여주시고
    또 떠나셨군요! 항상 감사합니다.건강 조심하세요~^^*

  3. 느킴있는 아이 2010.11.27 14:06 신고

    남원도 많이 추울텐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4. Yujin 2010.11.27 14:15

    미국에서는 저런 역사적인 집 별채에 사람을 옛날 복장으로 일하고 살면서 관리하게 하던데...
    아무것도 너무 텅빈것만 보여주니까 조금 아쉬워요.

  5. 더공 2010.11.27 14:27 신고

    오늘도 멀리 가시는군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건강유의하세요.

    집의 사랑채 규모로 봤을 때 한때는 정말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을 곳이라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광채와 부엌의 이층구조는 참 독특하네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6. 또웃음 2010.11.27 14:58 신고

    광채와 부엌을 2층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이색적입니다.
    참 멋스럽습니다.
    운조루가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아요. ^^
    실상사에 잘 다녀오세요. ^^

  7. mami5 2010.11.27 15:20 신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한옥이 멋스럽습니다..^^

  8. 혜진 2010.11.27 15:39

    광채와 부엌이 2층.. 너무 멋집니다..^^
    구례운조.. 너무 운치있는게 좋아요..

    추운날씨..건강 유의하시며 잘 다녀오세요~!^^

  9. 아하라한 2010.11.27 16:11 신고

    아...여기에 있으면 깨우침을 받지 않을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단아하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너무 좋습니다. ^^ 잘 보고 갑니다.
    먼길 조심해서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10. 2010.11.27 17:30

    비밀댓글입니다

  11. 둔필승총 2010.11.27 17:34

    아, 사진만 봐도 잔잔한 감동이 이는군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기회를 엿보겠습니다.~~

  12. 해바라기 2010.11.27 18:25

    조상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느껴지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13. 윤복림 2010.11.27 18:36

    노고가 많으십니다.
    잘 다녀오세요.
    감기도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고요.

  14. pennpenn 2010.11.27 20:07 신고

    반듯한 한옥이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15. 펨께 2010.11.27 20:25

    남원 잘 다녀오세요.
    한옥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16. 새라새 2010.11.27 21:10 신고

    제 고향도 전남 영암인데요..구례...
    내년에 내려갈때 들려봐야 겠네요... 이렇게 글로 조금이남아 알고 가면 답사의 재미도 두배가 될것 같아요^^

  17. 파리아줌마 2010.11.27 23:34

    사람 위하는 마음으로 지은 집인가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전통 가옥에 가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고요.
    추운 날씨에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18. 따뜻한카리스마 2010.11.28 08:25 신고

    오늘 농민 단체분들을 대상으로 강의 가는데요.
    농업 관련한 생각과 공부를 하다보니 저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자연과 문화를 접하는 온누리님이 부럽습니다^^ㅎ

  19. 칼스버그 2010.11.28 09:10

    흐르는 세월들을 보여주는 툇마루의 모습....
    저 툇마루에 음식 올려놓고 사진 찍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정말 멋있게 나올 것 같은데.....^^;;
    행복한 휴일이시고...건강한 나들이가 되세요...

  20. ,,., 2010.11.28 09:32 신고

    가까운데 저도 한번 다녀오도록 해야겠습니다.
    한옥이 너무 멋스럽습니다.^^

  21. 산들강 2010.11.28 11:36 신고

    가치의 기준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돈을 내야 열심히 관찰하는 마음가짐도 참 특이하더군요.
    정당한 댓가로 알게되는 지식이 더욱더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