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문에서 화홍문까지 봄기운을 따라 걷다

 

봄꽃소식이 들려온다. 남녘에는 벌써 매화가 만개하고 산수유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321일은 춘분(春分)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이다. 농촌에서는 춘분이 되면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한다. 철 이른 화초들은 춘분을 전후해 파종을 한다.

 

춘분 때가 되면 꿏샘추위기 닥친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풍신(風神)이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동지 때와 같은 추위가 몰려온다고 한다. 한겨울 같은 추위는 아니지만 꽃샘추위에 부는 바람은 옷깃으로 파고들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음력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는 우리네 농촌에서는 춘분을 즈음해 점차 바빠지기 시작한다.

 

남녘에선 봄꽃소식이 들리고 있고, 수원에도 곳곳에 개나리가 몽우리를 맺고 있고,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매화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요즈음은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출입을 삼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날이 좋은데 꽃소식이라도 전해야 할 것 같아 수원화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님수문에서 시작해 화홍문(북수문)까지 성 안팎으로 걷는다면 평산성인 수원화성의 산성부분을 뺀 평지 절반을 걷는 셈이다.

 

 

 

매화나무 가지마다 꽃을 피워

 

남수문 옆에서 화성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이곳의 계단은 성 안과 밖으로 나 있는데 성안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동남각루를 시작으로 화성의 구조물들이 줄 지어 서 있고, 성 밖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화성의 성벽을 바라보면서 봄에 핀 매화를 만날 수 있다. 난 이 길을 늘 성 밖으로 돌면서 봄에 꽃을 피우는 많은 꽃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매화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인 사군자의 첫머리에 꼽힌다. 매화는 세한삼우 송죽매(松竹梅)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조선사회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작품속에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매화는 가까이 있는 봄꽃이면서 매실이라는 열매를 달기 때문에 더 가까이 둔다. 매실은 피로 회복은 물론 해독작용, 위장장애, 피부미용, 항암작용 등에 효능이 있기 때문에 건강식품으로도 많이 즐겨한다.

 

성벽과 어우러진 매화를 보며 천천히 길을 걷는다.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목이 아프지 않은 것을 보니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듯하다. 천천히 걸어 동남각루-동삼치-동이포루-봉돈-동이치-동포루-동일치-동일포루를 거쳐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을 만난다. 그곳까지 성벽에 돋아난 각종 풀이며 풀숲에 피어난 작은 꽃들, 그리고 홍매화 등을 무수히 만난다.

 

 

 

수원천에 늘어진 수양버들도 연두색 잎이 돋아

 

창룡문에서 성 안으로 들어와 길을 걷는다. 동북노대-동북공심돈-동장대-동암문-동북포루-북암문-방화수류정을 지나 화홍문에 도착한다. 화성의 절반을 천천히 걸어 봄을 느끼며 걷는다. 화홍문 앞에서 수원천을 바라본다. 수원천 옆 둑에 심어놓은 버들가지에 연두색 잎이 돋아 봄임을 알린다. 그렇게 수원의 봄은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수원은 봄꽃이 아름다운 길이 많은 곳이다. 수원에는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을 만날 수 있다. 팔달산 경기도청 주변은 물론이고, 팔달산 회주도로, 만석공원, 월드컵 경기장 주변, 황구지천 길, 경희대 수원캠퍼스 벚꽃 길, 광교마루길 벚꽃 길 등 곳곳에 벚꽃이 지천으로 핀다.

 

올해 수원지역의 벚꽃은 47일경 만개한다는 소식이다. 그 전에 수원의 아름다운 꽃길을 한 번씩 돌아보고 싶다. 매년 돌아보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꽃이 만개해 많은 사람들이 봄철 수원을 찾아올 듯하다. 그런 꽃길을 걸으며 올 한해 봄을 가장 아름답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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