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49-1에 소재한 상림숲 안에는 ‘함화루’라는 누각이 서있다. 경남유형문화재 제258호인 함화루는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다. 원래 누각의 이름은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는 뜻으로 망악루라 했으나, 1932년에 상림숲 안으로 자리로 옮기면서 함화루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함화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건물이다. 팔작지붕인 함화루는 이층 내부는 단청으로 칠했으며 난간을 둘렀고, 나무로 된 계단을 설치해 일층으로 통하게 만들었다. 일층에는 기둥에는 문을 달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읍성의 남문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154호 상림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함양 상림은, 함양읍의 서쪽에 있는 위천 강가에 있는 숲이다. 이 숲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대관림’이라고 불렀으며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상림과 하림으로 구분이 되었다.




현재는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함양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들로는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 종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룬다. 1993년 조사에서는 상림 숲 안에 116종의 식물이 조사되었으며, 현재 20,0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굳게 닫힌 함화루의 계단 위 문

본래 함양읍성에는 동쪽에 제운루, 서쪽에 청상루, 남쪽에 망악루 등 삼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남문이었던 이 건물만이 상림숲 안에 자리를 하고 있다. 일제는 이 망악루를 도시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총독부에서 강제로 철거하려고 하자, 1932년에 함양고적 보존회의 대표 노덕영이 사재를 털어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상림 안에 자리한 함화루. 옛 정취를 느껴보려고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계단을 올려다보니 문이 있다. 그리고 굳게 잠겨있다. 왜 이렇게 잠가놓았을까? 꼭 그래야만 보존이 된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보물로 지정이 된 누각들도 사람들이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가는 곳마다 잠긴 누각이 안타깝다. 영남의 대유학자인 김종직은 망악루를 주제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작년 내 발자취가 멧부리 더럽혔거니
망악루 올라서 다시 보니 무안하구나.
산신령도 내가 다시 더럽힐까 두려워하여
흰구름 시켜 곧 문을 굳게 닫는구나.

망악루 위에서 바라다보는 지리산의 풍광이 아름다웠나 보다. 지리산은 아니라고 해도 상림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오르려 했던 함화루. 그러나 굳게 닫힌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종직은 구름이 문을 닫았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함양군의 관계자들이 굳게 닫아버린 문이, 정말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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