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보러 마곡사로 가는 길에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한 그릇 먹으려고 길가에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서 키우는 게인지 백구 한 마리가 괜히 반가운 체를 하고 짖어댄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가 보니, 이녀석 괜히 자신이 손님 접대의 책임이라도 맡은 것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백구의 행동이 좀 불편한 듯 보인다.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하며,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

음식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랬더니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꼬리를 쳐댄다 많이 정에 굶주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녀석 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가 땅에 끌릴 듯 늘어져 있고, 연신 무거운 배를 추스리느라 그렇게 불편한 듯 보였던 것이다. 손을 내밀자 정신없이 손을 핥아댄다. 이녀석 표정을 보다가, 그 하는 짓이 하도 재미있어 담아 보았다.

마곡사로 가는 길 식당에서 만나 백구 내일 모레가 산일이란다.

백구와 둘이 놀다.

무거운 배를 불편한 듯 늘어트리고 놀자고 덤비는 녀석. 아마 천성이 착한 녀석인가 보다. 이번이 두 번째라는데, 새끼들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백구는 그 표정을 보면 이야기를 하자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을까? 


어이 아저씨 나 알아? 나 처음보지. 나 백구여라. 그런데 나 이번이 두 번째거든. 나 이 표정 어때? 이거 아무나 하는거 아녀 적어도 나처럼 잘생긴 개들이 할 수 있는 살인미소라는 것인데 알기는 하는거여.


왜, 내 자세가 좀 그래보여. 그래도 이런 자세 괜찮지 않나? 먼저 테레비 보니까 이렇게 앉는 녀석들이 방송도 타드만 그래.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았는데, 이 자세 괜찮은 것 같드만.

 

왜 이 자세 맘에 안들어? 그래도 할 수 없어. 내가 편하니까. 사진 찍을 때는 알지, 초상권 있다는 것. 나한테도 그거 있다는 것 잊지말고 말여, 얼짱각도로 하나 찍어봐.



자세는 좀 그렇지만 할 수 있나. 뱃속에 아가들이 이렇게 하고 있어야 편하다고 하는데. 나도 폼 잘 잡는데 말여, 그래도 나한테는 뱃속에 있는 녀석들이 우선이지 안그래?



뒤태를 보자구. 이봐 아저씨가 무슨 이몽룡이라도 되는줄 알아. 뒤태를 보자고 하게. 그런 것은 저기 남원골이나 가서 써먹어봐 여기서는 택도 없어.


역시 난 이 자세가 딱이야. 봐, 잘 생겼잖아. 우리들은 이렇게 멋있어야 숫개들이 끼어. 나도 아직은 한가닥 인물 되거든. 안그래?


이거 정말 짜증나게 만드시네. 이봐 아저씨 그 정도로 모델을 해주었으면 어떻게 뼈다구 하나라도 주어야 하는거 아녀. 그냥 간다고 하면 정말 나쁜인간이지. 주방에 가서 잘 이야기봐. 나처럼 이렇게 소재꺼리 갖고 있는 개들 그리흔치 않아. 잘 알잖아 이거.

배가 부른 백구와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는 동안 밥상이 치려졌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꾸 말을 시키는 바람에 밥과 찌개가 다 식어버렸다. 그래도 어쩌랴 저렇게 새끼를 밴 녀석이 대화좀 하자는데. 그러보니 나도 이젠 별걸 다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 탓인가?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