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나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과의 관계라고 늘 생각한다. 아무나 사람을 만나고 안면이 있다고 해서 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사람을 한 번 믿고 사귀면 누구 하나가 세상을 뜰 때까지는 그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가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을 상당히 신중하게 생각한다.

 

그런 나에게는 세상을 살면서 형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고 있는 일도 다 틀리고 사는 곳도 틀리다. 하기에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사귐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가 믿고 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만나면 더 애틋한 정이 있는가도 모르겠다.

 

4일 오후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는 축제장으로 형제들이 모두 모이기로 약속을 했다. 그곳에는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원주, 장순복이라는 부부가 판매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부가 도자기축제장에서 판매한다는 이야기에 전국에서 형제들이 여주로 모인 것이다. 말로는 도자기 판매를 하고 있는 형제를 돕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밀린 회포를 풀고자 하는 마음들이 더 컸을 것이다.

 

한 사람은 경남 진주에서, 또 한 사람은 강원도 고성에서 먼 길을 달려 여주로 찾아왔다. 그런 사람들 중에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수원시 공보관실에서 전국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해 팸투어를 할 때 도움을 준 장유근씨와 정덕수씨이다. 정덕수씨는 한계령이라는 양희은이 부른 가요의 원작자이다. 그리고 장유근씨는 2년 전인가 이태리로 셰프과정을 배우러 떠났던 지인이다.

 

 

 

셰프는 그냥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네

 

반가운 사람들과 북내면 상교리로 자리를 옮겨 술을 한 잔씩 할 시간이 마련되었다. 워낙 오랜만에 얼굴을 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아서인가 대화가 그칠 줄 모른다. 그 중 장유근씨는 2년 전인가 이태리로 요리를 배우겠다고 떠났다. 그리고 셰프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얼마 안 있어 다시 이태리로 가야한다는 장유근씨는 배가 고프다는 재촉에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사온 재료를 이용해 단 10분 만에 닭요리를 만들어냈다. 생닭을 정말 짧은 시간에 요리로 만들어낸 실력도 놀랍지만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이어 싹이 자라 거의 먹을 수 없을 정도의 감자를 이용해 또 요리를 만들어낸다. 요리를 하기 위해 많은 재료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소금 한 가지만으로 맛을 낼 수 있어야 셰프라고 하는 그는 그저 집안에 있는 몇 가지만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었지만 이 정도로 맛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식재료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크기의 문어를 갖고 할 수 있는 요리는 상당히 많죠. 이태리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식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면 일반인들이 맛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값 비싼 요리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요리라고 해서 먹는 먹거리는 요리가 아닌 음식이라고 보아야죠

 

                       

 

한국의 식자재를 이용한 우리만의 요리를 만들고 싶다

 

고성에서 사온 문어를 썰면서 하는 말이다. 셔프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장유근씨의 요리솜씨는 남다르다. 그냥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그런 요리를 맛보면서, 그동안 나에게 요리란 그저 맛있고 배부른 음식이 최고라고 했던 것이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요리란 어떤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를 하던지 귀한 음식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엇기 때문이다.

 

처음 이태리로 요리수업을 받으러 간다고 할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나이가 꽤 들었는데 그 나이에 셰프과정을 마쳐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장유근씨의 짧은 시간에 요리를 만들어내는 솜씨를 보고나니, 사람이 목적을 갖고 노력한다면 못할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처럼 좋은 식자재를 갖고 있는 나라가 흔치 않다고 말하는 장유근씨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자재를 이용한 우리만의 요리를 개발하고 싶다고 한다. 외국을 다녀와 오랜만에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맛있는 요리까지 척척해내는 장유근씨.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하나로도 힐링이 된다. 거기라 맛있는 요리까지 곁들였으니 이보다 좋은 만남이 어디 있으랴. 날을 잡아 자신이 배운 솜씨를 한 번 보여주겠다는 말에 벌써 그날이 기다려진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