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돌아 본 남부시장은 그야말로 충격적

 

기자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타 지역으로 워크샵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그곳을 돌아보고 느낀 바를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찾아간 곳에서 무엇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와야 할지를 배워 와야 한다. 28일과 2912일 동안 수원시 e수원뉴스 시민기자들과 SNS서포터즈들이 합동으로 돌아본 전주지역 위크샵은 한 마디로 충격이다.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돌아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올 7월 시세(市勢)는 다르다고 해도 수원과 모든 것이 흡사한 전주시와의 결연을 앞두고 전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간 곳이다. 이번에 전주를 찾아가기 전에 이미 전주 시내 한복판에서 3년여를 생활해온 나로서는 전주남부시장과 한옥마을 등이 생소한 곳은 아니었다.

 

전주를 떠난 지 5년 정도가 흘렀다. 그런데 전주에 내려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내가 아는 전주는 이미 없었다. 변해도 너무 심하게 변해 있었다. 한옥마을은 이미 수백채의 한옥이 늘어났으며 거리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저녁마다 찾아가서 편하게 한 잔 막걸리를 기울이던 남부시장은 완전 별천지로 내게 다가왔다.

 

전주남부시장 정감이 서리기보다 오히려 두려웠다

 

저는 시장을 운영하면서 돈을 받지 않습니다. 저희 시장 건물 옥상에 자리 잡고 있는 청년몰도 기존 상가세의 절반 가격밖에 받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먼저 손님들을 많이 모아들이는 것이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몰과 야시장을 연 것이고요

 

전주남부시장 상인회장이자 전북전통시장 연합회장이기도 한 하현수 회장이 시장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일 년에 수백 곳에서 벤치마킹을 온다거나 점포 한 곳에서 주말에 수 천 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 등이 모두 꿈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보물 제308호인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과 연계해 시장을 키워나간 남부시장은 그야말로 성공한 전통시장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효시인 시전이 처음 설치된 것은 조선조 태종 때이다. 한양의 종로통에 행랑이라는 관에서 주도하는 상가를 만든 것이 시전의 효시로 본다. 관에서 이러한 점포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대여하고 그들에게서 점포세와 상세를 징수하였는데, 점포세는 행랑세, 상세는 좌고세라 불렀다. 이 시전은 궁중과 관부의 중요한 자금 조달원으로 주로 독점적인 상점이었다.

 

지방에서 발달한 장시는 15세기 후반에 전라도에서 시작하여, 16세기 중반에는 충청도와 경상도에까지 전파되었다. 17세기 말에는 정부에서도 일반적인 장시를 승인하였으며, 18세기 전국의 장시는 약 1,000개소에 달하였다. 영조 46년인 1770년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에는 전국의 장시는 평안도 134, 함경도 28, 황해도 82, 강원도 88, 경기도 101, 충청도 157, 전라도 216, 경상도 278개소로 모두 1,064개소에 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은 전라도 지역시장의 발상지로 1473년에 처음으로 장시가 개설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방 장시의 형태를 갖고 있는 남부시장을 남부시장을 들리지 않고는 결혼을 못한다고 할 정도로 지역의 경제와 생활에 중심적인 곳이었다.

 

남부시장은 새벽 도깨비시장으로 시작해 새벽장이 끝날 무렵 상설장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청년몰은 오전11시 정도에 문을 열어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금, , 일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은 오후 6시가 되면 남부시장 1층 십자로를 중심으로 열리는 수레점포 시장이다. 결국 전주남부시장은 새벽도깨비시장부터 야시장까지 하루 종일 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살아있는 시장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주남부시장에 가면 정이 넘친다고 한다. 남부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하현수 상인회장의 소개를 듣고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금요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서이다. 그런데 밖이 왁자하다. 사람들이 수레를 밀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수레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숫자도 만만찮다. 야시장을 열기 위해 남부시장 중앙 십자로까지 줄을 이어 들어오는 야시장 수레들. 그 수레의 입장부터가 한 편의 이벤트를 보는 듯하다. 그야말로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정이 넘치는 시장이라고 느끼기 전에 왜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일까?

 

 

남부시장에서 배워야 할 것들.

 

수원 팔달문 앞 9개 시장이 수원남문시장으로 명칭을 바꿔 올해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이 되었다. 전주남문시장은 이지 지난해에 먼저 선정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다. 야시장 수레의 뒤를 따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맛보기 위해 시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줄지어 수레를 따라 들어온다.

 

이 자리에는 수원 팔달문시장(상인회장 조정호)의 상인회장과 이사 등 15명 정도가 벤치마킹을 하러 내려왔다. 남문시장에도 야시장을 꾸밀 계획이 섰기 때문에 야시장으로 자리를 잡은 전주남부시장에서 배워야 할 점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한 마디로 지금의 운영방침으로는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상인회 이사 중 한 사람의 의견이다.

 

수원남문시장은 팔달문부터 지동교까지 20여개의 푸드트럭을 깔고 팔달문시장과 미나리광시장, 구천동공구상가 및 남문로데오거리 등에 수레점포를 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남부시장의 야시장 수레를 보면서 그렇게 분산되어 수레를 놓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선 운영을 해보고 활성화가 되지 않는 곳은 야시장을 접겠다는 계획이지만 처음부터 한 곳으로 수레점포를 집약시켜야 맞는다는 생각이다.

 

 

전주시 인구가 65만명이다. 수원시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25만이다. 전주남부시장의 상점수는 350개 정도의 장세를 갖고 있다. 수원 남문시장 9곳을 합하면 1210개의 점포로 전주남부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인 장의 분위기나 흥청거림, 매출 등은 남부시장에 못 미친다는 것이 모든 이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남부시장에서 무엇을 벤치마킹해야 할까? 우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 시장이 먼저다라는 상인회장들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 시장이 아닌 우리 남문시장이 남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계획하고 있는 야시장의 형태를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분산보다는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답이다. 12일의 전주 워크숍에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