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를 진 일꾼의 지게는 고증 거쳐야 해

 

점심을 먹고 나면 화성을 잠시 동안이나마 걷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한 낮 더위로 인해 땀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화성 성벽을 따라 걸으면 새로운 기운이 솟는 듯하다. 화서문에서 장안문 방향으로 걷거나, 아니면 화서문에서 성 안 길을 다라 걷기도 한다. 거의 날마다 걷는 길이긴 해도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주변 경관으로 인해 지루하지가 않다.

 

화성을 따라 자주 걷고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화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걸었지만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만나는 느낌이 다 달라지는 곳이 바로 화성이다.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성곽이다.

 

모처럼 그동안 걷던 장안문 방향이 아닌 화서문에서 서장대를 오르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늘 보던 모습이 아닌 좀 더 색다른 화성을 만나고 싶어서이다. 화서문에서 출발해 서장대로 오르는 길을 걷고 있는데 좌측에 무엇인가 조형물이 보인다. 몇 사람인가가 그 조형물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화성 축성모습을 재현한 공원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 밑에 그늘이 지고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다. 그런데 그 앞쪽에 화성 축성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들이 있다. 돌을 쌓고 있는 석공, 지경다지기를 하고 있는 일꾼들. 지게와 수레로 돌을 나르는 사람들. 그리고 거중기 등의 모습도 보인다. 한 마디로 화성을 쌓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언제 이런 조형물이 생겼지?”

얼마 전에도 볼 수 없었는데 며칠 전 보니 이렇게 꾸며진 조형물이 있어서 친구와 함께 돌아보았어요

아이들 교육용으로 상당히 좋은 곳이네

친구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고 했어요

 

직장에 함께 일을 하는 동료도 얼마 전에야 이곳을 보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이곳을 오면 화성 축성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가 있다. 아이들에게 이 조형물을 보여준다고 하면 쉽게 화성 축성에 대해 이해가 갈 것이란 생각이다. 시원한 나무 그들에서 이런 조형물을 바라다보고 있자니 새삼 옛 축성 당시 인부들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좀 더 정확한 고증 필요해

 

축성을 하고 있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니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지경을 닺는 인부들은 지경돌과 동일한 모형을 이용해 조성하였다. 돌 허리에 끈을 묶어 여러 명이 당기면 돌이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내려오면서 땅을 단단하게 다지게 된다. 거중기 등도 모형이긴 해도 기록에 보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이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저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잘 못 표현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지게에 돌을 지고 나르는 모습을 보니 무엇인가 조금 이상하다. 돌을 지게에 져 나를 때는 돌이 크기 때문에 소쿠리를 지게 위에 얹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지게를 진 일꾼들의 지게가 동일하게 소쿠리를 얹은 위에 돌을 놓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소쿠리를 이용해 지게에 돌을 나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혹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돌을 나를 정도의 지게라면 상당히 견고해야 한다. 그리고 소쿠리를 놓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화성을 돌면서 만나게 되는 축성의 모형이다.

 

어떤 것 하나라도 모형이라고 해서 원형과 동떨어진 형태로 조성을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이곳에는 아이들이 많이 찾아올 텐데, 고증을 벗어나는 조형물이라면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화성 축성의; 형태를 알려주기 위한 곳이라면 더욱 더 원형에 가까운 조형물로 조성을 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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