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해움미술관에서 만난 화가 정세학

 

‘2년의 유배’, 작가는 2년 동안 영국에서의 활동을 유배로 규정짓고 있다. 더 좋은 작품을 잉태하기 위해 해외로 떠났지만 그 시간이 아마 그리움으로 인한 인고의 세월이었나 보다. 굳이 유배라고 한 것도 알고 보면 내 나라를 떠나 낯선 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늘 주변에서 함께 떠들고 즐기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화가 정세학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56세이다.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미술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1998년에는 와우 프로젝트 - 달리는 도시철도로 문화예술관(지하철 7호선 설치) 작업에 참여했다. 2006년에는 Art in City 대전 홈리스 프로젝트 예술 감독을 맡았으며 실학축전 2006년 미술감독, 서울 Hi Festival - 남대문 성곽 잇기 설치, 동해시 매화1 벽화 미술감독 등을 맡아 추진했다.

 

현재 수원시 팔달구 동말로 25번길 13-1(화서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정세학 화가는 199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열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기획단체전에도 참여했다. 2003~2004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1996~2006 경원전문대 응용회화과 강사를 역임한 작가는 2009년 수원 화성행궁 레지던시 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다.

 

제 그림에는 막사발 그림이 많습니다. 제가 막사발 작가인 도예가 김용문 선배와 가까이 지냈는데 영국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한국적인 것을 찾다가 가장 접하기 쉬운 막사발과 비로자나불을 그림에 인용을 하였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택한 것이죠.”

 

23일 저녁, 수원시 팔달구 교동 91-1(매산로 133)에 소재한 해움미술관 4층 전시실에서 이년의 유배전을 전시를 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 그림 안에 막사발에 대해 묻자 작가는 한 마디로 한국적인 것이며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대답을 한다. 벽에 걸린 그림들 중에는 막사발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달과 항아리, 달과 반가사유상, 달과 종이배, 달을 먹는 물고기, 달과 매화, 달과 까마귀, 달과 거리의 악사, 달과 부엉이, 막사발과 반가사유상 등 우리의 전통과 하나가 된 그림들이 특별하다. 그림의 대개는 막사발과 매개체가 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현재 작가는 민족미술인협회, 씨올회, 파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양의 모습을 동양적 감성으로 풀어내다.

 

225일까지 해움미술관 4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 정세학의 작품. 이번 전시는 영국 북동부의 도시 뉴캐슬에 작가가 2년간 머무르면서 접한 서양의 모습을 작가의 동양적 감성을 바탕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이 전시에는 김시하, 김지훈, 명대식, 박태철, 이구영, 정삼선, 전용주, 한윤기 등의 작가도 함께 동참했다.

 

그림이 독특합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영국의 도시에서 만난 광경을 그림으로 그려내면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들어나 있는 듯합니다. 보기 드문 수작을 만났다는 점에서 기쁘네요. 동양화풍의 그림 속에 숨겨진 우리의 전통이 마치 우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을 관람하던 관객 한 사람은 처음에 볼 때는 의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림에 빠져든다고 한다. 화가 정세학, 달과 자연, 항아리, 까마귀, 막사발, 거리의 악사 등, 다양한 어우러짐으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우주 한 복판에 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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