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공의 혼이 담긴 곳에 정착한 도예가를 만나다

 

명절 연휴 끝날 인데도 쉬지 않는다. 아직도 열기가 뜨거운 가마의 문을 헐어내고 물레를 돌린다. 그 손끝에서 자연이 숨을 쉰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그냥 주는 것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자연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자연으로의 회귀.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힐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들이 쉽게 이야기하는 힐링이 진정한 몸과 마음의 치유가 되기는 할까?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는 여주에서도 외진 곳이다. 바로 옆에는 사적 고달사지가 있어 주변 관광지로는 최고이긴 하지만 이곳은 그런 호사를 누리고 살지 못한다. 그 상교리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인 여주시 북내면 상교2133-14에 소재한 지우재. 이곳의 주인은 이제 인생 중반에 들어선 부부화가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도자기에 더 심취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모습도 그렇거니와 그 사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세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은 물질적으로 부족하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시류에 찌들어 사는 삶이 늘 부끄럽기까지 하다

 

물질보다 앞선 자연과 나눔의 인생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다. 이 부부는 세상을 살면서 조금은 힘이 들 수도 조금은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자연 속에 묻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곳을 들릴 때면 일부러 하루를 묵기도 한다. 설 연휴 끝 날인 10일 지우재의 바깥주인 지우 김원주 도공은 물레를 차느라 발길이 쉬지 못한다.

 

벌써 이곳에 정착한지 20년 세월이다. 그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살았다. 물질적으로는 넉넉지 않지만 지우재의 주인은 늘 정신적으로 풍요롭다. 그래서인가 이 집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옛 조선총독부 기록에 보면 상교리에는 9곳의 가마가 있었고 현재 김원주 도공이 사는 즘골에는 5기의 가마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김원주 도공 부부는 이곳에 들어와 주변을 일궜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자연을 먹거리로 삼아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집이 있는 안으로 들어서면 마당에 온통 꽃 천지다. 전체가 다 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계절별로 피어나는 각종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집이다. 지우재에는 모두 세 채의 집이 있다. 전시실, 작업실, 살림집으로 구분이 되어있는 지우재에는 전통장작가마가 자리하고 있다.

 

지우재, 그 곳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바라보지도 못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것은 자연의 닮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그 자연을 닮은 부부의 모습에서 그들이 바로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레질을 하면서 이마에 땀이 흐르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다. 정말로 사람들이 감탄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늘 자연을 닮은 그릇을 만들고 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그릇을 만든다.

 

도공이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요즈음은 세라믹이라는 그릇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은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 전통 장작가마에서 불을 때 만든 도자기에 대한 진가를 모르는 듯하다. 언젠가 찻사발과 다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전부터 자주 보아왔던 터라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몇 번을 눈여겨보니 그 공정이 수없이 복잡하고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한다.

 

작업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모습은 어느 일에 몰두하는 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불현듯 자기 일에 빠져 명절 연휴애도 물레질을 하는 모습. 이리 멋진 모습 하나를 안 남겨놓으면 두고두고 후회 할 것만 같다.

 

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있기까지에는 장인의 고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모른다. 가마의 문을 헐어내고 나온 아름다운 색을 발하는 그릇들. 1200도가 넘는 고열에서 뜨거움을 예술 혼으로 바꾼 작품들이다. 그렇게 애를 쓰고 만들어도 누가 선뜻 구해가지 않는다. 늘 전시실에는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은 그릇을 빗는 도공 김원주. 남들처럼 도예가라는 칭호보다 장인을 상징하는 도공이라는 명칭을 즐겨하는 사람. 자연과 닮아 살면서 스스로 자연이기를 갈구하는 이 부부의 아름다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우직스런 자연인 도공의 작품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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