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제한은 없다는 말, 실감나네.

 

아침에 페이스북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아침마다 열어보는 페이스북은 요즈음 정치꾼들이 하도 많은 양의 알림을 전해와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한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이태리로 요리공부를 하러 간다고 하더니 근 반년이 넘게 소식이 없다가 글을 남긴 것이다.

 

내용을 보니 그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것이 이태리로 떠난 것이 아니라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 연락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이태리로 가기 위한 과정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돈만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먼저 시험에 합격을 해야 입학을 시켜준다니 그저 돈만주면 누구나 좋다라는 우리와는 영 딴판이다.

 

나이가 60이 넘어 해외로 전문요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건너간다고 하는 지인. 꽤 소문난 블로거로 활동을 하다가 이제 60을 넘은 나이로 요리사 자격증을 따러 유학을 떠난다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지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그 유학길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최근에 재미 붙인 요리, 이래서 인기가 있구나

 

요즈음 방송 채널을 돌리다가 보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요리 프로그램이다. 맛 집에 세프들이 직접 만들어 내는 요리, 거기다가 세프끼리 음식을 만들어 경연을 하는가 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보던지 요리가 빠지는 프로는 거의 없다. 한 마디로 요즈음의 대세는 바로 먹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衣食住)’라고 했다. 먹을 것은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자꾸만 커져가는 바람에 심지어는 대기업들조차 외식산업에 뛰어들어 골목상권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하니 어쩔 것인가?

 

몸에 적신호가 찾아오면서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음식이었다. 그동안 내가 즐겨먹던 음식들이 모두 성인병에 각종 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그저 맛있게 먹고 소화 잘 시키면 그만이라는 내 생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날부터 음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찾아보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웃에서 배운 물김치의 비법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웃에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아우가 살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이면서도 요리를 하면 순식간에 많은 요리들을 만들어 내놓는다. 쉽게 만들면서도 요리 하나하나가 모두 맛이 있다. 예전에 한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던 아우인지라 수많은 요리에 대한 레시피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요리 레시피가 우리가 생각하고 보아오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물김치를 담근다고 하는데 요리의 재료를 보니 의아스럽다. 감자, 고구마, 양파, , 다진마늘, 낙지, 봄동, 미나리, 오이, 당근, 고춧가루 등이다, 물김치에 들어갈 재료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만들어 놓은 물김치를 바로 먹어보아도 맛이 다르다. 요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뜬 것이다. 바로 먹어도 익은 듯한 감칠맛이 나는 물김치.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는가보다.

 

아우의 물김치 담는 법은 이렇다. 먼저 고구마와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삶아낸다,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를 건져 낸 국물에 양파와 다진마늘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산낙지 두 마리를 끓는 물에 집어넣는다. 물김치에 산낙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참을 끓이더니 낙지를 건져내고 다시 물을 끓인 다음 식힌다.

 

 

 

물이 식으면 그 물에 봄동이며 미나리 파, 오이, 당근 등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는다. 간을 맞추기 위해 약간의 천일염도 가미했다. 고춧가루를 풀더니 맛을 보더니 바로 먹어보라고 한다. 세상에 요리의 끝은 어디인가? 바로 담근 물김치가 며칠은 잘 익은 것 같은 맛이 난다. 배워도배워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요리의 세계. 요즈음 하나하나 배워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배움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가? 베운 그대로 물김치를 담아보면서 이러다가 언젠가는 식당 하나 차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헛웃음을 날린다. 요리하는 재미, 그래서 요즈음 방송 프로마다 요리가 대세인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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