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이란 문화재가 있다. 문화재청에서 지정을 하는 이 문화유산은 문화재청이 개화기인 1876년 무렵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조형된 건축물, 산업물, 예술품 등을 포괄한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이 등록문화재는 개화기를 거쳐 일제 강점기와 광복 당시 등의 연관성을 지닌 것들 중, 귀중한 자료가 되는 것을 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하여 보존하자는데 있다.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 중앙동 일대를 ‘소주가’라고 부른다. 중국인 거리라는 뜻이다. 이 중국인 거리는 사적 제288호인 전주 전동성당을 건축할 때, 중국에서 들어 온 100여명의 중국인 벽돌공들이 살게 되면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전주 다가동에 있는 중국인거리. 그러나 이제는 몇 집만이 그 자취를 남기고 있다.

100년이 된 전통적 거리

전동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중국인 거리는, 이제는 몇 집 남지 않은 중국인들이 살아갈 뿐이다. 전동 성당은 서울 명동 성당의 내부 공사를 마무리했던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보두네 신부가 1908년에 성당 건축을 시작하여 7년 만인 1914년에야 우여곡절 끝에 외형공사를 마쳤다.

이 때 벽돌은 중국인 인부 100여명이 직접 구워서 사용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이곳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상권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신흥상회와 전주화교소학교 등 몇 집이 남아 있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던 중국인 거리는 이제 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등록문화재 제174호, 포목점 건물

이 중국인 거리에는 중국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포목점이 있다. 4대 째 포목점을 열었다는 이 집은, 완산구 다가동 1가 28번지에 있는 왕국민의 소유이다. 등록문화재 제174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1920년대에 1층 건물로 지어졌다. 이 건물은 전주 전동성당을 짓기 위해 이곳으로 정착한 벽돌공들에 의해서 지어졌으며, 중국 상하이의 전통 비단 상가 건물의 형태를 따랐다고 전한다.

옆에는 같은 형태로 지어진 중국화교소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 당시 화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건물의 주인은 나란히 붙은 신흥상회를 운영하고 있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는 이발소와 실사출력소가 자리를 하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지 90년이 지나 건물은 낡고 퇴락했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샌다고 현재 이 건물에 세입자들은 이야기를 한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4대째 중국인이 포목점을 이어가던 집이었으나,
현재는 이발소와 실사출력소가 세들어 있다.

지정만 해 놓으면 당상인가?

이 집이 등록문화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벽에 붙은 등록문화재를 알리는 작은 동판 하나이다. 주변 어디에도 이 문화재에 대해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지를 않는다. 명색이 등록문화재라고 지정을 했으면서도, 안내판 하나 없이 서 있는 건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포목점의 건물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물이다. 건축양식이 우리와는 달라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 이발소 앞 벽면에는 등록문화재임을 알리는 동판이 부착이 되어있다.

이 건물의 특징은 창문을 모두 아치형 벽돌로 쌓았다는 점이다. 문은 쇠창살을 사용했으며, 건물 전면 상단에는 둥그런 원과 꽃그림을 새겨 넣었다. 붉은 색을 칠한 벽돌이 깨어진 틈으로 보니 안에도 붉은 색이다. 그러나 그 점질이 약해 보인다. 건물은 낡을 대로 낡았지만 보수를 마음대로 할 수도 없어 불편하다고 한다. 4대를 포목점으로 운영을 한 이 등록문화재는 이제 건물의 외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건물이 소중한 역사적인 자료로 인정을 하여 지정을 했으면, 거기에 합당한 보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등록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고, 비가 새고 헐어지는 부분은 보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지정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보존방침은 차라리 지정을 안 함만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오래되어 건물자체가 망가져가고 있다. 비가 오면 천정이 샌다고 한다. 보수신청을 했으나
이루어지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한다. 문화재 앞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안내판조차 서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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