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에는 위험을 알려주는 느티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신령한 나무들이 상당히 많다. 짧게는 500, 갈게는 천년 이상을 한 자리에 서 있는 고목(古木)들이다. 나무마다 전하는 설화도 다양해서 어느 나무는 나무껍질이 뱀 허물을 닮았는데, 그 나무껍질을 벗긴 사람이 온 몸에 마치 비늘처럼 이상한 피부병이 걸렸다고도 한다.

 

그런가하면 천년 이상이 된 은행나무 가지를 주어다가 땐 사람이 벌을 받기도 했단다. 대개 지역마다 천연기념물이나 기념물, 혹은 보호수로 지정이 되어있는 나무들은 대개 이런 설화 한 마디씩은 꼭 전하는 법이다. 하기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나무들을 신령한 나무로 여기고 나무를 해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정성을 다해 섬기는 마을도 있다.

 

 

 

 

수령 530년의 단오공원 느티나무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1047-3에는 수령 530년이 지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영통 단오 어린이 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이 느티나무는, 19821015일 수원-11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다. 넓은 차도를 지나면서 바라다 보이는 이 나무는 멀리서보아도 그 나무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낄 정도이다.

 

가슴높이의 둘레는 5.1m에 높이가 19.3m에 달하는 이 느티나무는 지역에서 자랑을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매년 단오 때를 맞아 이 나무 앞에서는 단오청명제를 지내기도 한다. 이 느티나무에서 예전에는 마을굿을 열기도 했다고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도당굿 예능보유자였던 고 오수복 선생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이 나무는 모양이 좋고 잘 자라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생육이 좋은 나무가 왜 도 지정 기념물이나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받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렇게 잘 생긴 나무를 보기도 힘들지만, 이 나무보다 못한 나무들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 느티나무가 소리를 내지 않았다.

 

16일 오후 찾아간 영통 느티나무. 이 나무는 위험을 알려주는 나무라고 한다. 예로부터 이 느티나무는 전쟁처럼 나라에 큰 위험이 닥치면 구렁이 울음소리를 내어 위급함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를 내면 사전에 미리 방비를 했기 때문에, 큰 화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조대왕은 화성을 축성할 때 이 나무의 가지를 잘라 서까래로 사용했다고 전하는데, 이 나무 어디를 보아도 가지를 자른 것 같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나무가 나라에 위급한 일이 있으면 소리를 냈다고 하니, 궁금해서 찾아간 것이다. 무슨 이야기라도 들을 수가 있을까 해서가 아니다.

 

 

그런 나무라면 요즈음처럼 힘든 시기에 나무가 이상 징후라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느티나무는 아무런 이상도 없이 굳건히 서 있다. 나무주변이 어린이 공원이기 때문에 찾아갈 때마다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조용한 것이 사람들이 보이질 않을 뿐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으니 혹 이 나무에서 무슨 소리라도 났는지 알아볼 길이 없다. 길 건너 상가에 가서 저 나무에서 이상한 소리 나지 않았어요?”라고 물으니, 나를 정신병자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무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인 듯하다. 수원은 메르스 방역이 워낙 잘 된 곳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위험을 알려주는 느티나무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것은, 수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 괜히 멋쩍게 웃으면 뒤돌아서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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